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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웃고도 관객들 머리 후려치는 게 있었으면"…서울시극단 '코믹'

등록 2025.03.18 17:37:21수정 2025.03.18 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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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 '변두리 극장' 단편 재구성

다양한 사투리 사용…임도완 연출 "인간상 드러나"

"짧은 웃음 대세…관객에 어떻게 웃음 줄지 고민"

28일부터 4월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시극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믹'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임도완(가운데) 연출가와 배우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극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믹'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은 임도완(가운데) 연출가와 배우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관객이 (공연을 보는) 그 순간 만큼은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집에 돌아가선 '꼭 웃기려고만 한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극단의 2025시즌 개막작 '코믹'을 이끄는 임도완 연출가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연습실 공개에서 작품이 관객들에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 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코믹'은 독일 극작가 카를 발렌틴의 희곡 '변두리 극장'의 여러 단편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인간의 어리숙함과 다양한 성격 간의 충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웃음으로 세상사의 천태만상을 풀어낸다.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10개의 에피소드가 무대에서 펼쳐진다.

프롤로그는 눈웃음부터 박장대소하며 바닥에 구르기까지 웃음의 단계를 몸으로 보여주는 배우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서울시극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믹'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극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믹'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모자 사러 왔습네다' 에피소드에서는 소통이 안 되는 대화로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손님이 "쓸 모자 찾습니다"라고 하면, 주인이 "그렇죠. 모자는 입는 게 아니라 언제나 써야 하는 거죠"한다. 이에 손님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교회에서는 모자는 안 쓰니까"라고 받아치고, 주인은 다시 "교회에 다니시는구나. 하지만 매일 교회에 다니시지는 않잖아요"라고 되받는 식이다.

'이혼법정' 에피소드에서는 남편이 주걱으로 아내의 뺨을 때린 사건을 두고 남편과 아내, 아들과 주변 이웃들까지 모두 다른 기억을 꺼내놓는 혼란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단순한 웃음을 넘어 '사람의 기억은 다 다르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극을 채우는 유머에는 언어 유희와 풍자와 함께 다양한 사투리가 돋보인다.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는 물론 북한과 연변 사투리까지 사용된다.

연출 작품마다 사투리를 항상 등장시킨다는 임 연출가는 "사투리를 하면 전달도 잘 된다. 서울 말씨만 쓰면 리듬감도 잘 살지 않고, 사투리로 다양한 인간상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모자 사러 왔습네다'에서 북한말을 하는 배우 이승우와 '이혼 법정'에서 연변 사투리를 하는 배우 박신혜는 탈북민 선생님에게 과외받았다.

이승우는 "북한 말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는데, 탈북하신 분을 만나니 실제 억양이 많이 다르더라"고 했다. 박신혜는 "(탈북민 선생님의) 자문을 받고, 녹음본을 계속 들었다. 방향성은 코믹이지만 인물이 희화화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믹'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극단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코믹' 연습실을 공개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쾌한 공연을 자신하고 있지만 '코믹'이라는 제목이 주는 부담은 숙명에 가깝다.

배우 박경주는 "여전히 '웃음'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쇼츠가 유행하면서 짧은 웃음이 대세가 됐는데 두 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에게 어떻게 웃음을 드릴 수 있을지 매일 엄청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열심히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배우 김신기는 "관객들이 그 시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조금만 잘못하면 코믹 연기는 지나쳐서 안 좋게 보일 수 있고, 너무 빠지면 밋밋하다. 쉽지 않지만 포인트를 잘 잡으려고 한다. 무대 마지막 순간까지 그 지점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임 연출가는 "시국도 어수선한데 관객들이 (공연을) 보실 때 마음이 편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 작품을 올릴 때마다 무대 위의 작품이 관객에게 생경하게 느껴지길 바란다. 단원들끼리 '관객들의 머리를 후려치는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코믹'은 28일부터 4월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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