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윤 탄핵 선고 지연에 헌재 비난·압박…차분히 결과를 기다릴 때
![[기자수첩]윤 탄핵 선고 지연에 헌재 비난·압박…차분히 결과를 기다릴 때](https://img1.newsis.com/2025/03/21/NISI20250321_0001797400_web.jpg?rnd=20250321120715)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선고기일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기자가 헌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 지인들이 최근 안부 인사 전에 헌재가 선고기일이 언제인지 먼저 묻는다. 동료들도 선고일과 결과를 예상하는 지라시가 보이면 확인을 구한다.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에 상에서도 헌재가 언제 선고할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는 글들이 넘쳐 난다.
헌재가 너무 시간을 끌었던 탓일까. 기다림에 지친 이들이 도리어 헌재를 직접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탄핵 이후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데 헌법재판관들이 너무 한가하다는 것이다. 또 헌재가 공직자 탄핵을 결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탄핵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이해득실이 걸린 정치인들은 헌재를 향한 압박 수위를 계속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일 헌재 앞에 찾아와 윤 대통령 신속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기각·각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근에는 노동계·학계도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헌재가 선고일을 정하지 않으면 27일 총파업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100여명의 헌법학자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입장문을 내고 헌재가 즉각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약 없이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탄핵 찬반을 놓고 국민적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울 도심은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를 몸살을 앓고 있다. 헌재 주변과 광화문 일대는 거대한 시위 현장이 됐다. 헌재를 향해 내뱉는 파면·기각 함성들이 연일 거리를 맴돌고 있다.
다만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을 온전히 심리하기 위해 매진할 환경이 만들었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 사건이 접수된 지난해 12월 14일 당시 재판관은 6명 뿐이었다. 발등이 불이 떨어진 국회가 뒤늦게 재판관 3인을 추천했지만 이번엔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명을 보류했다. 올해 1월 1일에서야 8인 재판관이 심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뿐인가. 정쟁의 결과가 낳은 고위 공직자 탄핵심판 사건들이 산적한 상황이었다. 또 재판관 6인 체제에서 선고하지 못했던 일반 사건들도 남아 있었다.
심리 기간을 역대 대통령 사건과 비교해보면 많이 지연된 것도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렸는데, 윤 대통령 사건은 오는 23일 100일째를 맞이한다. 헌재법에는 사건 접수 이후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기간을 정하고 있는데, 법을 어긴 것도 아닌 셈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역사적인 일이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충실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대원칙까지 무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탄핵 선고 이후에도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완결성 있는 심리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이 사건이 빠르게 종국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은 주말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8인의 재판관과 그들을 보좌하는 헌법연구관들이 아닐까.
헌정질서 회복이 재촉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수십년에 걸쳐 전쟁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쟁취한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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