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절차 내일 개시…밀실·졸속 결정 또?
김문수 고용장관, 31일 심의 요청…90일간 심의 들어가
4월22일 1차 전원회의 예정…'尹 탄핵' 여부에 변동 가능
업종별 차등적용 및 특고·플랫폼 확대적용 논의 심화될 듯
최임위 개편 논의 착수했지만…올해는 현 제도대로 갈 듯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해 7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024.07.11.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7/11/NISI20240711_0020412599_web.jpg?rnd=20240711154644)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해 7월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서 류기정 사용자 위원과 류기섭 근로자 위원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2024.07.11.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전국민의 임금협상'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가 31일 공식 개시된다. 탄핵 정국에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올해 역시 예년과 같이 '밀실·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이 되풀이될지 주목된다.
30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31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최임위에 다음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최임위는 법령에 따라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의를 마쳐야 한다.
최임위는 4월 22일 1차 전원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병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다.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이 다음달 18일 퇴임 예정이기 때문에 선고가 그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에 1차 회의는 더 미뤄질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새 최임위 구성으로 인해 5월 21일에야 첫 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심의서 '확대적용' vs '차등적용' 진전…올해 심화된 논의 '기대'
지난해 심의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배달기사나 택배기사 등 전통적인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이 처음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이다.
도급근로자는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직종으로, 4대보험은 물론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있어 대표적인 '노동약자'로 인식돼왔다.
최저임금법에도 도급근로자들에 대한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1986년 이후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된 적은 없었디.
이에 노동계는 지난해 심의 초반부터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노사는 해당 안건을 최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맞섰으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 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공익위원들은 "올해 심의를 종료한 후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과 관련해 실태와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하면 추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논의 가능성을 열었다.
비록 확대적용은 무산됐지만, 노동계는 올해 이 부분을 집중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2025년 최저임금이 2024년 대비 170원(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만에 처음으로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7/12/NISI20240712_0001600007_web.jpg?rnd=20240712084722)
[서울=뉴시스] 2025년 최저임금이 2024년 대비 170원(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만에 처음으로 '1만원 시대'가 열렸다. 월 환산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그런가하면 그동안 노사가 가장 치열하게 다퉜던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가 일부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
경영계는 매해 심의에서 최근 누적된 최저임금 고율 인상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를 고려해 최저임금을 줄 여력이 없는 일부 업종에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1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최저임금이 단일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일부 논의의 진전을 이뤘다.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 측에 데이터 등 자료에 기반해 차등적용이 필요한 업종을 밝혀달라고 요청했고, 경영계가 ▲한식·외국식·기타 간이음식점업 ▲택시 운송업 ▲체인화 편의점업 등에 대한 차등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것이다.
표결 끝에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차등적용 도입은 무산됐지만, 올해 심의에서 보다 심화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 모두 현 시점에서 2026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어느 정도로 요구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다만 관행에 비춰볼 때 노동계는 지난해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던 시간당 1만2600원보다는 높은 금액을,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1만30원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제도 개편은 '아직'…올해도 비공개 심의에 졸속 결정 논란 이어지나
법적으로는 최저임금 심의가 9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일종의 훈시규정에 불과해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90일 이내에 의결된 경우는 단 9번에 불과하다.
심의과정 역시 경영계와 노동계가 각자 요구안을 주장하다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마지노선'이 다가오면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공익위원 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한쪽이 반발해 기권 퇴장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노사는 차등적용에 대한 공방을 이어가다 심의 법정기한을 2주가량 지나고 나서야 각각 1만2600원과 9860원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최종 의결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지 불과 3일 뒤에 이뤄졌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모두발언을 제외한 모든 논의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돼, 어떤 논의을 거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인재 최임위원장은 2025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결정 시스템으로 봐서는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전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타워2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발족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4.11.08. km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1/08/NISI20241108_0020589220_web.jpg?rnd=20241108083036)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타워2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발족 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4.11.08. kmn@newsis.com
이에 고용부는 전·현직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지난해 11월 8일 발족했다.
연구회는 3개월여간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가안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노사공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임위 규모를 줄이고, 전문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최저임금 수준 결정기준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용이하고 노동시장과 경제 여건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계 요소들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노동계가 공익위원들의 '편향성'을 문제삼고 나서면서 개편방안 논의는 아직까지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저임금과 관련된 사항은 일부 전문가와 공익위원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난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관련 주체들의 충분한 사회적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임위의 핵심 주체인 노동계 의견이 철저하게 배제된 채 진행된 일방적인 연구 결과는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연구회는 최임위와 무관하고 노사로부터 동의나 이해를 구한 바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단체가 주장하는 주제를 일방적으로 정해 절차적·실체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은 최저임금법 개정 사안으로, 실제 제도 개편까지 나아가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종전 제도대로 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9년에도 제도 개편을 추진했으나 합의에 실패하면서 결국 불발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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