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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빈소년합창단 박시유·준수 "노래할때 내가 곧 음악·다른 세계 있는 느낌”

등록 2020.01.08 12: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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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6년 입단한 한국인·한국계 단원

브루크너 팀 소속으로 내한

18, 19일 롯데콘서트홀서 신년음악회

[서울=뉴시스] 빈소년합창단.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2020.01.0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빈소년합창단.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2020.01.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새해에 설렘과 함께 찾아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 개다. 천상에서 내리는 듯한 빈소년합창단의 음성을 듣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소리를 듣는 건, 의식이라 일컬어도 무방하다.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라는 평을 듣는 이 음성으로 의식을 경건하게 치러야 할 때가 왔다. 빈소년합창단이 18, 19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연다. 올해 롯데문화재단 '그레이트 클래식 시리즈' 문을 여는 무대이기도 하다.

빈소년합창단은 1498년 황제 막시밀리안 1세의 궁정교회 성가대로 출발했다.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켜오면서 오스트리아가 낳은 세계적 음악가들이 단원이나 지휘자로 참여해왔다.

슈베르트와 하이든은 소년 시절 단원으로 활동했다. 모차르트는 날마다 오전 미사 시간에 합창단원들을 지휘했다. 또 열입골살의 베토벤은 합창단을 위해 반주를 했다. 바그너와 리스트, 요한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곡을 헌정했다. 

빈소년합창단은 합창단과 인연을 맺었던 거장들의 이름을 따 4개의 팀으로 나눠 활동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프란츠 슈베르트' '요제프 하이든' '안톤 브루크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각 팀 중 한 팀은 오스트리아에 남아 빈 궁정 예배당의 주일 미사를 담당한다. 나머지 세 팀은 세계를 투어하며 순회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자 마놀로 카닌이 이끄는 브루크너 팀이 내한한다. 이 브루크너 팀에는 한국인 박시유(13), 한국계 다니엘 준수(13)가 속해 있다. 각각 2017년과 2016년에 입단했다.

거제도에서 태어난 박시유는 여덟 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현지 교회의 소년소녀들로 구성된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던 박시유는 2017년 서울에서 빈소년합창단 공연을 보고 인생이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박시유는 내한 전 롯데문화재단을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정말 아름다웠고 단원들이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그 때 저도 합창단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돌아봤다.

공연이 끝난 뒤 박시유 모친은 합창단 측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e-메일을 보냈다. 빈소년합창단 측에서 답장을 빨리 준 덕분에 서울 두 번째 공연이 있던 날에 오디션을 봤다. 게랄드 비어트 합창단 대표 겸 음악감독 앞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무척 친절하셔서 크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박시유는 "어머니가 저를 오디션장에 데려다 주셨고, 비어트 교수님과 함께 짧은 준비운동을 했습니다. 그 후 저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고,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요"라고 기억했다.

[서울=뉴시스] 박시유.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2020.01.0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시유.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2020.01.08. [email protected]

준수는 2016년 4월1일 마놀로 지휘자 앞에서 노래 테스트를 받았다. "제 목소리를 좋아하셨고 테스트에 통과가 됐어요"라고 돌아봤다.

준수는 테스트를 받기 전까지 노래를 배운 적이 없었다. 합창단 측도 노래를 본격적으로 시키기보다 몇몇 소리를 내도록 주문했다. 그의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준수는 "(노래 부르는 것을) 특별하게 꿈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항상 노래를 부르고 듣고, 악기를 연주하고 그랬죠. 생활 속에 음악이 있었어요"라고 했다. 여섯 살에 시작한 바이올린은 합창단 들어오기 전까지 배웠고 아홉 살에 시작한 드럼은 아직까지 배우고 있다.

준수는 "항상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우연히 오스트리아 빈 할머니 댁에서 TV를 보는데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됐다"면서 "빈소년합창단에 대한 궁금해서 할머니에게 물어봤는데 할머니가 바로 합창단에 연락해서 인터뷰를 하게 됐죠. 할머니가 오스트리아 사람이에요. 저한테 큰 행운이죠"라고 기뻐했다.

빈 소년 합창단은 변성기에 들어가기 전 7~15살 소년들이 엄격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음악 훈련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준수는 본격적으로 합창단 생활을 시작하기 전 1주일가량 기숙사를 경험했다. "그리고 나서 합창단에 들어가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적응을 잘해서 바로 아시아 투어를 시작했어요."

합격소식을 들은 후 박시유는 "무척 행복하고 신이 났었어요. 부모님도 행복해하시며 행운을 빌어주셨습니다"라고 떠올렸다. 준수 역시 매우 기뻤다고 했다. 친구들과 생활도 기대가 됐다.

다만 "아빠는 제가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니 자주 못 보게 돼 좀 서운해 하셨고 엄마는 제가 부끄러움이 많은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겠냐며 신기해하셨다"고 웃었다.

교황 비오 11세가 빈소합창단의 연주를 들은 후 전한 소감은 유명하다. "마치 천사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고 격찬했다. 이후로 이 합창단의 음성을 '천사의 소리'로 부르게 됐다. 비브라토(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가 없는 맑고 깨끗한 소년 특유의 음색으로 세계의 많은 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두 친구에게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박시유는 "괜찮은 것 같아요. 하지만 더 배워야 하죠.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준수 역시 "아직 변성기가 오기 전에는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목소리가 변하면 어떻게 될 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본인도 궁금해했다.

[서울=뉴시스] 다니엘 준수.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2020.01.0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다니엘 준수.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2020.01.08. [email protected]

빈소년합창단은 1969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후 수차례 내한, 전국을 다니며 140여회 공연했다. 그런데 이번 내한에서는 차별점이 보인다.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과 협연이다.

빈소년합창단은 이번 공연에서 헨리 퍼셀의 '오라 그대 예술의 자녀여', 마르크 앙투안 셔르팡티에 '바빌론의 강가에서',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의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 등을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선보인다.

이와 함께 청중에게 친숙한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어딘가에',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폴카 '뱃사람' 등을 부른다.

박시유는 "이번에 중세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모든 곡들을 다 좋아하지만, '볼라레'를 특히 더 좋아해요. 짧은 솔로 연주도 할 예정인데, 제가 잘 할 수 있기를 바라요"라고 했다. 준수는 "모든 곡을 좋아합니다. 특별하게 하나를 고르기 보다는 정말 모든 곡을 들려드리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두 친구는 앞으로도 계속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음악과 관련된 무엇인가를 할 것 같아요."(박시유) "노래를 계속 부르고 싶어요. 다른 음악보다 클래식이 더 좋아졌고 배우고 싶어요."(준수)

"춤을 출 때 전기(電氣)가 돼요. 전기가 돼 공기 속을 날아다니죠." 뮤지컬로도 옮겨진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감독 스티븐 달드리)에서 빌리가 로열 발레스쿨에서의 오디션에서 심사위원에게 "춤을 출 때 무슨 생각이 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내놓은 대답이다.

두 친구에게도 마지막으로 물었다. 노래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노래를 부를 때에는 제가 곧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분이 좋고 기쁩니다."(박시유)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준수)

한편 빈소년합창단은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에 앞서 지역 투어를 돈다. 11일 창원 성산아트홀, 12일 광주문화예술회관, 14일 강릉아트센터, 15일 오산문화예술회관, 17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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