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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인싸 격전지]동대문을 3파전…'파란의 30대' 장경태 vs '관록의 3선' 이혜훈 vs '터줏대감' 민병두

등록 2020.04.08 08:44:32수정 2020.04.08 15: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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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장경태-野 이혜훈에 무소속 민병두 3파전

'정치 신인' 장경태 "젊은 일꾼 와서 기대 많아"

'지역구 신인' 이혜훈 "숙원사업 추진해 변화"

'현역' 민병두 "끝까지 완주하라 주민들 성원"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 후보,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 무소속 민병두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장경태(왼쪽부터) 후보,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 무소속 민병두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안채원 문광호 김남희 기자 =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는 4·15 총선에서 손꼽히는 격전지다. 여당에서는 현역 의원을 꺾고 30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야당에서는 서울 서초갑에서 내리 3선을 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역구를 옮겨 등장했다. 지역 현역인 민병두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수성을 시도 중이다. 장 후보와 이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민 후보까지 상당한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경력 있는 신인' 장경태…"평범한 청년도 국회의원 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은 4·15총선에서 서울 동대문을 지역을 '청년 우선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3선 민병두 후보가 컷오프 되고 청년 후보들 간 경선을 거쳐 장경태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6일 오전 동대문구 전농동의 떡전사거리에서 만난 장 후보는 차량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기호 1번'을 강조했다. 파란 점퍼에는 '민주당이 키운 인재'라는 슬로건이 박혀 있었다. 정치신인인 만큼 당을 부각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장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민주당에 대해서도 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정당이라고 보고 평가가 우호적"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사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사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다소 쌀쌀한 날씨에 출근길 인사에 나선 장 후보는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연신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 후보는 "저는 지금 6선을 상대하고 있다. 너무 힘들다"며 웃었다. 상대인 이 후보와 민 후보의 선수를 합치면 6선(3선+3선)이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젊은 신인'이라는 타이틀은 장 후보만이 가진 강점이다. 한 노년층 유권자는 "젊은 사람이 와서 좋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는 "전농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면서 "주민들이 정체된 동대문을에 젊은 일꾼이 와서 새롭게 변화시켰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기대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젊은 일꾼'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야당의 이 후보는 물론,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 후보와도 겨뤄야 한다. 장 후보는 민 후보에 대한 주민들 반응에 대해 "(민주당) 표를 갈라먹어서 2번(미래통합당) 좋은 일 시켜준다, 본인이 한 약속을 안 지킨다는 반응이 있다"고 했다. 민 후보는 지난 3월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선을 목표로 힘차게 달리겠다. 1위가 될 것 같지 않으면 민주당 청년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몰아주겠다"고 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전농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민 후보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묻자 "조금 안타깝다"고 했다. 장 후보는 당내 여론을 설명하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분인데 개인 욕심을 위해 총선이라는 중차대한 시점에 이래야 했나 안타까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고 했다.

장 후보는 정치 신인이지만 당내 경력은 꽤 된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평당원을 거쳐 청년위원장까지 역임한 이른바 '경력 있는 신인'이다. 장 후보는 "평범한 청년도 노력하면 국회의원이 될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존 정치인들이 보지 못한 사각지대에 있는 법들이 아직 많다"는 장 후보가 국회에 들어가 가장 먼저 만들고 싶은 법안은 '택배산업안전안심법'이다. 장 후보는 "택배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라 이제는 민간에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택배를 받는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근처 이삭공원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근처 이삭공원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험지 나선 이혜훈…"단일화 변수? 휘둘리지 않고 내 길 꿋꿋이"

3선의 이혜훈 통합당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우여곡절이 많다.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새로운보수당 소속으로 총선기획단장까지 맡았던 이 후보는 자유한국당과의 극적인 합당 결과 통합당 의원이 됐다. 그러나 12년간 지켜왔던 자신의 지역구 서울 서초갑을 떠나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동대문을에서 기존 후보들과 경선을 치른 뒤에야 21대 총선 티켓을 따냈다.

7일 오전 8시 청량리역 3번 출구에서 만난 이 후보는 맨 손으로 한가득 명함을 들고 있었다. 주민들은 쌀쌀한 날씨 탓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빠르게 지나갔다. 명함이 외면받는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 이 후보는 활짝 웃으며 "잘 다녀오세요. 힘내세요. 이혜훈입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목소리가 갈라질 때면 잠시 물을 마셔 목을 축였다.

"미소는 제 평생 버릇"이라는 이 후보는 무심하게 지나가는 주민들에 대해 "정치를 싫어하는 분들도 있고 바쁘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웃었다. 주민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끝까지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마쳤다.

바쁜 출근길 속에서도 몇몇 시민들은 이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이 후보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인 한 시민은 "이번에 무조건 이겨야 됩니다"라고 격려했다. 한 60대 여성은 이 후보와 포옹을 했다. 전농동 토박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이 후보를 지지한다"며 "몇 년 동안 민주당이 했으니 갈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근처 이삭공원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이혜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근처 이삭공원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여당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답답하다, 바꿔 달라는 말이 많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목선·청량리역 재개발 등 동대문구의 숙원 사업들을 확실히 추진해 동대문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면목선 선로를 지하로 놓자고 주장하고 있다"며 "분당선은 청량리역으로 4~5분에 한 대씩 다니게 하고 동대문에는 면목선이 지나가게 해서 역세권을 많이 만드는 투트랙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 공약도 내놨다. 이 후보는 "11만명이 사는 전농동, 답십리동에 남자고등학교가 없다. 다른 지역 학교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며 "그런 방식으로 학교를 이 지역에 이전 배치하자"고 제안했다.

익숙했던 지역구를 떠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게 된 이 후보에게 또 하나 남은 변수는 민주당 장경태 후보와 무소속 민병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이 후보는 "우리가 어떻게 하겠나. 그런 것(단일화)에 휘둘리거나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길을 꿋꿋하게 가겠다"며 "투표함 뚜껑이 닫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합법적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바닥 민심은 내가 1등"…현역 프리미엄 무소속 민병두

"접니다!"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 사거리 앞 유세차량에 올라타 마이크를 잡은 무소속 민병두 후보의 소개말은 간단했다. 마스크가 얼굴 절반 가까이 가렸는데도 주민들은 곧바로 민 후보를 알아봤다. '보수 텃밭'이라 불리던 동대문을에 깃발을 꽂은 지 8년. 민 후보를 설명하는 다른 수식어는 필요치 않아 보였다.

민 후보에게 동대문을은 '제2의 고향'이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민 후보는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험지로 분류되는 이곳에 당시 현역이었던 홍준표 전 의원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4년 후 치러진 '리턴매치'에서 홍 전 의원을 꺾고 지역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에서 본인으로서는 뜻밖에 컷 오프됐다. 당에 제기한 재심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 후보는 이 지역에 장경태 후보가 공천되자 결국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에 나섰다.

이날 만난 민 후보는 지역 유권자 한 명 한 명을 모두 기억하는 듯했다. 장한평역 사거리부터 전농동 사거리까지 유세 차량을 타고 이동하면서 민 후보는 지나치는 가게 상호와 주인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 금은방 앞에서는 "박 사장님, 저 민병두입니다"라고 소개하고, 가구 가게 앞에서는 "김 회장님,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 시민을 알아보고는 "김 사장님, 오늘은 사모님이랑 같이 안 계시네요?"라며 친근감을 표했다.

전농동 사거리에서부터는 유세 차량에서 내려 상점 곳곳을 찾았다. 가게 주인들과 익숙한 듯 손을 마주 잡았다.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들에게도 성큼성큼 다가가 악수나 주먹인사를 나눴다. 나이 지긋한 노인층을 향해서는 넉살 좋게 다가가 "어머니 접니다. 살려주십시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웃음과 격려로 민 후보를 맞았다. 한 주민은 유세차량에 올라탄 민 후보 목소리를 듣고 가게 문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 한 배달원은 민 후보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악수를 청했다. 가게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은 창문 너머로 두 손을 치켜들었다. 민 후보와 마주친 한 시민은 "이겨봅시다"라고 힘줘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끝까지 가야 한다"면서 "내 주변은 모두 민 후보다.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동대문을에 출마한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거리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2020.04.07.  [email protected]

민 후보는 "바닥 민심으로만 보면 여론조사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근래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장경태 민주당 후보와 이혜훈 통합당 후보가 각각 30% 내외 지지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민 후보의 지지율은 그에 못 미친다. 민 후보 측은 "신축 오피스텔 등에 사는, 이곳에 터를 잡은 지 얼마 안 되는 주민들도 계시고 당을 보고 뽑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에 갈 표가 나뉘어 자칫 '기호 2번'이 덕을 볼까 염려하는 유권자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과제다.

장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를 묻자 민 후보는 "주민들이 끝까지 완주하라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민 후보는 "민병두 살려주자, 응원한다는 주민들의 눈빛이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면서 "주민들의 성원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홍준표에서 민병두로…단일화 변수 속 3파전 표심은

동대문구을은 전농1동·전농2동·답십리1동·답십리2동·장안1동·장안2동 등으로 구성된 선거구로,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됐다.

지난 13·14·15·16대 총선에서 김영구(13대·민주정의당, 14대·민주자유당, 15대 신한국당, 16대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후 2001년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홍준표 전 의원이 당선돼 18대 총선까지 수성했다.

그러다 19대 총선에서 민병두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리턴매치로 붙은 홍 전 의원을 8.34%포인트 차이로 이겼다(득표율 52.88%). 민 후보는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단수공천을 받아 다시 당선됐다. 보수 표심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장경태 민주당 후보와 이혜훈 통합당 후보와 함께 민병두 무소속 후보가 나란히 나서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 표심은 아직 어느 한 쪽에 뚜렷하게 손을 들어주고 있진 않다.

여권 지지층에서는 장 후보와 민 후보가 각각 출마하면서 표 분산에 대한 염려가 읽힌다.

전농동에서 만난 고모(72)씨는 "인물로는 민병두 후보를 지지하는데 당은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민 후보가 여기 와서 정말 열심히 해서 표를 주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표가 나뉘어 2번이 덕을 볼 수 있으니 고민"이라고 전했다.

김모(32)씨도 "1번(장경태)을 찍으려고 하는데 9번(민병두) 때문에 확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야권 지지층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교체 의사를 보이고 있다.

전농동에 사는 40대 주민은 "지금 민주당에 대한 실망 때문에 이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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