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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길이라" 온라인 개학 첫날 교육현장 '악전고투'

등록 2020.04.09 11:45:15수정 2020.04.09 14: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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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출석 확인…늦잠·접속오류 등 잇단 혼선, 수업 차질

칠판 필기·교과서·PT 활용 교사들 "몸이 열 개라도…" 진땀

"쌍방향 수업은 어렵다…생활지도·진학 상담도 한계 분명"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0.04.09.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온라인 개학식이 진행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잠이 덜 깬 목소린데? 온라인 개학 강의 접속해서 출석해야 돼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8시45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상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무실.

교무실에서는 3학년 담임교사들이 컴퓨터 모니터와 휴대전화를 이용, 학생들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3학년 재학생 227명 중 177명은 1교시 시작 시간에 맞춰 온라인 학교강의 플랫폼인 EBS 온라인클래스 내 '상일여고' 메뉴에 접속했다. 이후 온라인 개학 선언을 각자 자택 등지에서 시청했다.

 각 반 담임교사들은 휴대전화 또는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일일이 연락했다.

 늦잠을 자거나 개학식 시간을 혼동한 학생도 있었다.
 
박대원 영어교사는 "미리 출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바일 메신저로 단체 대화방을 개설했다. 오전 7시30분부터 30분 사이에 단체 투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때 박 교사의 휴대전화에 '선생님 오늘 늦잠 잤어요 ㅠㅠ지금 수업 들을 게요'라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한 학생은 '온라인 접속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모니터 화면을 촬영한 사진을 담임 교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담임 교사는 곧바로 초조한 학생을 진정시킨 뒤 "EBS 고객센터 문의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한 교사는 "EBS 온라인 클래스 사이트 로그인 자체가 안 되거나 동시간대 접속자가 급증해 접속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교사가 칠판 필기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2020.04.0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교사가 칠판 필기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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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상황에 대비해 교사들은 3주 전부터 온라인교육 연수를 받고 수업 콘텐츠를 개발해왔다. 교사 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2주씩앞서 과목별 수업을 녹화해놨다.

녹화한 수업영상은 수업시간에 맞춰 온라인에 공개되며, 학생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해당 강의를 시청하면 된다. 과제 제출이나 수업 관련 질의응답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진행된다. 
 
이날도 3학년 교실 곳곳에서 일부 교사들이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고 있었다.
 
윤민섭 역사교사는 3학년 재학생 모두가 수강하는 한국사 수업을 녹화하기 위해 칠판에 미리 필기를 해놨다. 교실 중앙에는 녹화에 쓰이는 휴대전화와 거치대가 놓여 있었다.

다른 교실에서는 교과서·참고서 내용만 녹화하는 수업콘텐츠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교사가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만 출연, 교과 내용만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교사·학생이 글을 함께 보면서 공부해야 하는 국어·영어 과목에서 주로 쓰고 있다.그림자가 생기지 않게 보일 수 있도록 원형 조명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림·지도·도표 등이 많이 쓰이는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프리젠테이션을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제작한다.

전무후무한 온라인 개학을 맞이해 교사들도 새로운 교습법과 수업영상 녹화 방식에 골몰하고 있다. 교사들끼리 서로 온라인 수업의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교사가 교과서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2020.04.09.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한 교사가 교과서를 활용한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하지만 일부 교사들은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한 교사는 "종종 학부모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니 생활습관이 게을러졌다'며 걱정 섞인 하소연을 하곤 한다. 학생들 스스로도 규칙적인 학습 습관이 무너져 고민스럽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 열의, 이해도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수업방식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50분 분량의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데 보통 3~4시간이 걸린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진학상담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도 엿보였다. 3학년 학생들은 지난 2월19일부터 사흘간 방과후 수업을 통해 새롭게 바뀐 담임 교사와 만났다.

진로와 입시목표 등 기초적인 진학 상담을 마쳤고 이를 토대로 전화, 메신저 등을 활용한 진학 지도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상일여고 연구연수부장을 맡고 있는 이경수 교사는 "온라인 개학으로 인한 차질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자재와 교수법 등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 첫날인 이날 광주에서는 중3학년 1만3692명, 고3학년 1만5494명을 대상으로 원격강의와 재택수업이 이뤄졌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별 온라인 개학식 출석 상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0.04.0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진행된 9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별 온라인 개학식 출석 상황을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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