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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통합당, 미완의 통합…'희망퇴직'한 새보수 당직자들

등록 2020.05.09 13: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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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 당직자들, 통합 후 고용승계 험로

4명은 1년 계약직으로…2명 여러 논의 중

희망퇴직 후 캠프行…다수 낙선해 또 실업

통합당 보좌진, 총선 참패에 구직난 심각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는 구 새로운보수당 당직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03.16.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는 구 새로운보수당 당직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0.03.16. [email protected]



 ※ '여의도 and'는 정치권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여의도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등의 조직과 사람들 사연, 제도와 법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 각종 사건사고 후일담 및 에피소드 등을 뉴시스 정치부 기자들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대통합을 추진했지만 미완성이란 평가를 받는다. 당의 실무를 받쳐주는 당직자는 통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앞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은 총선 승리를 위해 유승민계라 불리는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 등과 대대적으로 통합을 추진했다. 양 당의 치열한 협상 끝에 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은 통합은 이뤘지만 이는 국회의원들 만의 것이었다. 당직자들은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

통합당이 출범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새보수당 당직자들의 거취는 어떻게 됐을까.

◇"유승민 사적 부탁은 고용특혜" vs "사실상 사직 강요"

새보수당에서 보수재건위원장을 맡았던 유승민 의원은 통합에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당 당직자 15명의 고용승계를 요청했다. 황교안 당시 한국당 대표는 "통합이 누구에게 유익하고 누구에겐 불이익이 되어선 안 된다. 충분한 논의가 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 통합 및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2020.02.0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보수 통합 및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2020.02.09. [email protected]


하지만 통합 후 정작 한국당 출신 당직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한국당 당직자 측은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새보수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무급으로 일했다는 점을 들어 당직자 신분이 아닌 '자원봉사자'라고 주장했다.

혹여 고용승계를 하더라도 당 재정난으로 인해 모두를 받기란 어렵다고 거부했다. 또 유승민 의원의 요청이라는 것은 사적 부탁이자 고용특혜라고 반발했다.

반면 새보수당 당직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미래통합당 총무국은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등 비논리적 이유를 들며 희망 퇴직, 보상금만을 얘기한다"며 "사실상 자발적 사직을 강요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총선 전 희망퇴직…일부는 논의 시도 중

이처럼 양 측이 대치하는 사이 한국당에서 새보수 당직자 중 4명 만 따로 불러 1년 계약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갈등이 확대됐다.

결국 남은 새보수 당직자 10여명은 지난 3월 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 들어가는 황 대표를 향해 "통합정신을 지켜져야 총선 승리", "우리도 당직자다. 고용승계 이행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보수당 출신인 오신환 의원도 "통합정신에 맞춰 다 고용승계한 뒤 추후 재정 문제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해야지, 이런 식으로 누군 되고 누군 안되려면 통합은 왜 했나"라고 함께 항의했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는 구 새로운보수당 당직자들과 함께 황교안 대표에게 교용승계를 요구하는 항의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16.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용승계를 외치는 구 새로운보수당 당직자들과 함께 황교안 대표에게 교용승계를 요구하는 항의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3.16. [email protected]


이런 양 당 갈등에 황 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는 어떤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당직자 10여 명은 각자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2명을 제외하고는 결국 희망퇴직을 결정했다.

새보수당 출신 한 당직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계속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어 차라리 희망퇴직을 하고 다른 일을 찾기로 결정했다"며 "초반에 3~4개월 희망퇴직 얘기가 나와서 마음 고생했지만 막판에 8~9개월까지 인정받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한국당 당직자들의 내부 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당이 통합하자고 먼저 제안했으면서 당직자 고용승계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며 "처음부터 원활하게 논의했더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희망퇴직한 이들은 총선을 앞두고 통합당 후보들의 캠프로 각각 합류했다. 희망퇴직을 선택하지 않은 2명은 현재 여러 방면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패배에 구직난 심각…계약직원도 1년 뒤 막막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상황실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2020.04.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선거상황실에서 총선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상황실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희망퇴직한 이들의 총선 이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들이 몸담았던 대부분의 캠프 후보가 총선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후보가 당선된 경우 자연스럽게 해당 의원실과 계약 논의가 가능하지만, 대다수가 구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해 구직도 쉽지 않다. 한 통합당 보좌진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번에 낙선한 의원들이 많아 보좌진 수백 명이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며 "지금 우리도 구직이 어려워 면접을 계속 보고 있는 상황이고 당직자 출신들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통합당과 계약해 근무 중인 당직자들도 마음이 마냥 편하진 않다. 이 중 한 당직자는 뉴시스에 "총선 끝나고 구조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살짝 돌아 걱정했는데 지금은 무탈하게 잘 일하고 있다"며 "1년 계약직이라 걱정도 되지만 우선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망퇴직한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밝혔다. 그는 "앞서 제가 계약을 체결하면 다음날 다른 동료들도 부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라며 "다들 좋은 곳 구직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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