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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비오는날 '대규모 해상사격훈련' 안 하는 진짜 이유

등록 2020.05.20 16: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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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하기 까다로운 우리 바다…어선·상선 안전 문제부터 고려

훈련 날 풍랑주의보에 파고 4m…어선 보호할 고속정 못 띄워

시정까지 나빠 일부 항공전력도 투입 불가…정상훈련 어려워

軍 2014년 육해공 화력훈련 세 번 연기…결국 육군 단독으로

[서울=뉴시스]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이 함포 실사격을 하고 있다. 앞에서부터 경북함(FF, 1,500톤급), 속초함(PCC, 1,000톤급), 양만춘함(DDH-I, 3,200톤급). 2017.09.25. (사진=해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해상기동훈련에 참가한 함정들이 함포 실사격을 하고 있다. 앞에서부터 경북함(FF, 1,500톤급), 속초함(PCC, 1,000톤급), 양만춘함(DDH-I, 3,200톤급). 2017.09.25. (사진=해군 제공) [email protected]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지난 19일 예정됐던 육·해·공군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이 연기되면서 군 바깥에서는 '북한 눈치 보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르내렸다.

국방부는 훈련 연기 이유가 '기상 악화' 때문이라며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에 대한 일부 매체의 보도가 '왜곡·과장됐다'고 반박했지만 이 때문에 공식 브리핑에서 당국과 언론 간에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또 일부에서는 "비 오는 날은 전쟁하지 않을 거냐"며 해상사격훈련 연기에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훈련하기 까다로운 우리 바다의 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군이 악천후에 훈련을 강행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법도 하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군은 19일 경북 울진군 죽변 해상에서 육군 천무 다연장로켓과 AH-64E 아파치 헬기, 해군 P-3 해상초계기, 공군 FA-50 전투기 등을 동원해 적 도발 원점과 지원 세력 등을 타격하는 합동훈련을 계획했다.

예정대로면 훈련 하루 전날 밤부터 해군 고속정이 투입돼 어선과 상선 등 민간선박의 안전을 위해 동해상에 설정된 사격훈련 구역에서 소개(疏開·공습이나 화재에 대비한 분산) 작전이 이뤄져야 했다.

그런데 훈련이 예정된 지난 19일을 기해 동해 사격훈련 구역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으며 파고가 4m 이상 높게 관측됐다. 통상 파고 4m 이하에서 기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속정을 투입하기에는 안전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이번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은 육군 전력까지 참가하면서 사격훈련 구역이 넓은 수역에 걸쳐 형성된 문제도 있었다.

[서울=뉴시스]공군 FA-50 전투기 편대가 동해 상공에서 공중 초계임무 중 플레어 투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0.03.1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공군 FA-50 전투기 편대가 동해 상공에서 공중 초계임무 중 플레어 투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email protected]

통상 민간 선박의 항행·조업 문제로 해·공군 합동화력훈련은 먼바다에서 일정한 구역을 설정해서 이뤄지지만 육군 전력이 가세할 경우 미사일 등 지상 전력이 배치된 해안선부터 먼바다까지 전체가 사격훈련 구역으로 설정된다.

이 경우 넓은 수역 전체를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고속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악천후 속에서 완전하게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문제가 가중된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또 훈련 중에도 고속정들이 민간 선박을 통제해야 하는데 4m 이상 파도가 치는 동해에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군 관계자는 "훈련을 하면 성과도 중요하지만 첫째는 어선과 어민  등 국민의 안전"이라며 "사격훈련 구역에 단 1척이라도 어선이나 상선이 있으면 안전 문제로 훈련은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훈련 당일에는 강한 바람뿐만 아니라 시정(목표물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최대 거리)까지 좋지 않아 헬기를 포함한 일부 군용기가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격 표적으로 사용하는 폐선박을 예인하는 문제도 걸렸다. 사격 표적인 폐선박은 함정에 줄을 연결해 설치하는데 파도가 높으면 안전사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성(강원)=뉴시스]강원 고성군 송지호해변에서 육군 천무포대 장병들이 천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2017.04.04. photo@newsis.com

[고성(강원)=뉴시스]강원 고성군 송지호해변에서 육군 천무포대 장병들이 천무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2017.04.04. [email protected]

군 내부에서는 결국 육·해·공군 합동 전력이 완벽하게 훈련에 투사되기 어려운 기상 조건, 그로 인한 민간과 장병들의 안전사고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다고 판단, 훈련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 6일 실시한 우리 군의 해·공군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에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까지 내면서 강하게 반발한 것을 고려해 이번 훈련 연기 결정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히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군 훈련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가미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이 훈련 연기를 북한의 담화 때문에 결정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와 유사한 훈련을 연기한 사례가 있다"며 "오히려 훈련 일정을 연기하면 다른 필요한 훈련 일정이나 투입 전력들의 운용도 다시 조정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를 고려해 연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이번 대규모 해상사격훈련과 성격이 비슷했던 지난 2014년 동부전선 육·해·공 화력훈련의 경우도 궂은 날씨 속에 훈련이 진행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세 차례 연기한 끝에 결국 같은 해 12월 육군 단독으로 실시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번에 연기된 대규모 해상사격훈련의 다음 훈련 일정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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