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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별이 빛나는 밤'이 달리 보인다…'그림 속 천문학'

등록 2020.06.16 06:00:00수정 2020.06.22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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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림 속 천문학'. (사진 = 아날로그 제공) 2020.06.15.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그림 속 천문학'. (사진 = 아날로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자살로 끝맺은 고흐의 37년간의 짧은 삶은 가난과 고뇌, 조현병으로 얼룩졌다. 마음 둘 곳 없이 고달픈 세상의 끝에서 올려다본 밤하늘, 그것은 고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노랗게 밝히는 '별이 빛나는 밤'과 '밤의 카페테라스' 등의 작품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밤하늘을 품고 있는 고흐의 작품을 미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해설은 많이 익숙할 것이다. 예컨대 김선지 미술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마음 둘 곳 하나 없이 고단했던 그의 삶에 밤하늘의 별은 단 하나의 편안한 꿈의 안식처였는지 모른다.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고흐의 별 그림에 종교적 감정이 내재돼있다고 말한다. 이는 고흐가 그림을 그리면서 우주에 대한 외경심을 느끼고 비극적인 현실을 벗어나 초월적 세계로 가는 몽상 속에서 위안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어디에선가 들어봤음직한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그러나 천문학자 김현구 박사의 눈으로 본 고흐의 밤하늘 그림은 사뭇 다르다.

김 박사는 "우선 '별이 빛나는 밤' 속 달은 그믐달 단계에 있다. 달의 왼쪽 부분이 밝고 지평선에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그림은 해가 뜨기 직전 새벽 시간대의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 그믐달이 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동쪽 방향이며 따라서 고흐는 동쪽을 향한 채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해설한다.

또 "새벽이라는 시간과 지평선에 가까운 그믐달의 위치로 볼 때, 사이프러스 나무 오른쪽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금성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에서 정확한 별들이나 별자리 이름을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금성과 사이프러스 위의 별들은 대체로 양자리, 달 바로 왼쪽의 것들은 물고기자리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미술학자 김선지 작가는 최근 '그림 속 천문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천문학적 시선을 보여준 김현구 박사는 김 작가의 남편이다. '그림 속 천문학'은 미술학자 아내와 천문학자 남편이 천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술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남편에게 미술작품을 설명해주고 남편은 그림 속에 나타난 천문학적 요소들을 해설해주는 방식으로 한 편씩 글을 완성했다.

고흐의 작품에 대한 내용도 부부가 각자 전문 분야에 기반을 둔 시선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그려졌다.

그렇다고 설명하는 미술작품의 천문학 부분만 말하진 않는다. 그 작품들이 역사, 사회, 문화적 상황과의 총체적 관련 속에서 어떻게 탄생하고 제작됐는지도 풀이한다.

"그런데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따르면 이 작품은 6월18일경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데 천문학적으로 계산하면 실제로 이 날짜에는 그믐달이 아니라 상현을 지나 차오르는 달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고흐가 인위적으로 그믐달로 바꿔 그렸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적인 자연의 풍경과 자신의 기억 속 밤하늘을 상상적인 혼합체로 버무려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묘사하되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의 내적 감성과 종교적·영적 느낌에 따라 각색해 표현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언급한 고흐의 작품을 단순히 천문학적 관점을 넘어 역사적 상황까지 더해 바라본 해설은 보다 깊은 재미를 선사한다.

책은 고흐를 비롯해 엘스하이머, 루벤스, 미로 등 많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시각과 철학, 상상력으로 그린 밤하늘 작품을 다룬다.

이와 함께 태양계 행성을 중심으로 각 행성의 특징과 연관된 신들의 이야기를 묘사한 작품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종전의 시각이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미술작품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그가 제시한 천문학적 관점에서의 작품 감상은 작품을 넘어 우주를 상상할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368쪽,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 아날로그, 1만7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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