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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극에 달한 '팬데믹 피로'

등록 2020.10.1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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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방역 조치…코로나 블루·레드 앓아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개인 방역책임↑

무증상 감염·바이러스 증식 쉬운 날씨도 피로↑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하철 마스크 착용 의무화 계도기간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 지하철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10.13.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하철 마스크 착용 의무화 계도기간 첫날인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 지하철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2020.10.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언제 끝날지 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장기화로 느끼는 피로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민들은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고, 의료진은 코로나 방역 스트레스와 의료계 총파업 등으로 겪은 핵심인력 공백으로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일명 '코로나 블루'를 앓았다. 아침마다 들리는 확진자 소식과 이따금씩 울리는 재난 문자로 불안을 느껴야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실시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급기야 질병에 대한 공포, 불안, 우울을 넘어 분노의 감정이 싹트는 '코로나 레드'로 번졌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격리 피로'가 쌓인 데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제한돼 있어 내면의 에너지가 분노로 분출된 것이다.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2월 말부터 7개월여 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력감을 느끼고 생활에 활력을 잃고 있다"며 "취업난과 실직 등 사회적·경제적 위기까지 겹쳐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또는 불안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20~65세 이하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 했다"고 응답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가장 강력한 방역수단으로 꼽았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조정하는 카드를 집어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가 '팬데믹 피로'를 얼마나 경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완화되면서 개인의 방역책임은 오히려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달 13일부터 대중교통, 의료기관 등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곳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어기면 당사자에게 최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개인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기존보다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방역에 더 신경써야 해 또 다른 '피로'를 낳을 수 있다.

여전히 속출하고 있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와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쉬운 쌀쌀한 날씨도 개인에게는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마스크 착용, 손씻기, 자가 격리 등 예방 조치를 취해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피로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중인 8일 서울 명동의 가게들이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2020.09.08.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중인 8일 서울 명동의 가게들이 폐업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email protected]

팬데믹 피로는 부작용이 만만찮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직장을 잃거나 격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특히 팬데믹 세상에서는 서비스업 종사자, 소상공인 등 사회·경제적 약자일수록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 1~6월 자살 사망자 가운데 여성은 1924명(잠정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증가했다. 여성 자살 건수는 3월과 4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7.3%, 17.9% 늘었고, 5월에 소폭 감소했다 6월에 다시 13.6%로 늘어났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의 정신건강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트라우마센터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트라우마센터의 소진관리 프로그램 사전 설문조사에 응한 319명 중 49.5%(158명)가 자살위험성을 보였다. 우울증을 겪은 비율도 41.2%(132명)에 달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은)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다"며 "(의료계 총파업 당시)전임의와 교수들이 전공의들이 파업으로 빠진 자리를 메우면서 업무 강도가 세졌고 피로가 누적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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