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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고위급 "연합 방위체제 고수 불필요"…전작권 파장

등록 2020.10.27 15:45:31수정 2020.10.27 16: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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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민 주한미군사령관 대외협력 보좌관 기고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

"한미가 자국군 작전통제권을 각자 행사하자"

[서울=뉴시스] 주한미군 홈페이지. 2020.10.27. (사진=주한미군 누리집 캡처)

[서울=뉴시스] 주한미군 홈페이지. 2020.10.27. (사진=주한미군 누리집 캡처)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주한미군 고위급 인사가 27일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령부 체제로의 전환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물론 한미동맹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란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함지민 주한미군사령관 대외협력 보좌관은 이날 매일경제에 기고한 '안보정책, 달라진 한반도 상황 맞게 변화를'이란 글에서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해 재래식 군사력을 앞세워 재차 남침할 것이라는 근본 가정(underlying assumption)과 6·25전쟁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안보공약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이 한국 안보정책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함 보좌관은 이어 "하지만 북한의 남침 의지, 실행성, 성공 가능성을 판단해볼 때 근본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북한의 지상 목표는 체제 유지지만 오판 또는 실수로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로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작금의 북핵 위협 대응과 비핵화 노력 또한 외교력·정보력·군사력·경제력(DIME) 등 한미동맹의 포괄적 힘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한미가 자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각자 행사하면서 합동 훈련과 작전을 전개하는 것이 한국군 4성 장군이 유사시 한미 연합군을 작전통제하는 것보다 현실적이고 군사적으로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함 보좌관은 "지금이야말로 70년간 철옹성같이 유지돼온 근본 가정의 관성을 깨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피할 수 없는 선택을 위해 대한민국 안보정책의 대전환을 도모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대한민국은 미·중 사이에서 회색지대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묘수를 찾지 못하는 한 선택의 기로에 설 것이고 이때 두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첫째,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일본의 수출통제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수출 시장 다변화, 기술 개발·혁신 등으로 난관을 헤쳐 나갔다는 사실과 둘째, 1953년 이래 대한민국의 안보, 경제·사회적 번영 그리고 지속 가능한 평화의 근간은 한미동맹이었다는 사실"이라고 사실상의 경고를 남겼다.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주한미군사령관 보좌관이라는 고위직 인사가 이 같은 글을 한국 언론에 기고한 것은 이례적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 등 주한미군 지휘부가 이번 글을 통해 전작권 전환에 관한 견해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글 내용이 사실상 미래연합사 체제를 거부하고 미일 동맹과 같은 병렬적 체제로 가자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유사시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방어를 할 때 미군이 측면 지원하는 형태로 가자는 게 주한미군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 글이 주한미군사령부의 공식 입장에 가깝다면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 글대로라면 사실상 우리 군과 주한미군이 갈라서는 것이므로 자동적으로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반면 유사시 주한미군 전력을 우리 군이 원하는 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이 생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날 뉴시스에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훈련도 안 되고 조건도 안 맞는데 전작권 전환이 되겠냐는 불만을 표출했고 최근 SCM(한미안보협의회의)은 대참사였다"며 "한미동맹의 이견을 숨길 수 없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사령관 쪽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게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사실은 병렬적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니다. 북한 핵문제가 통제된 상황에서 해야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바꾼다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리 정부가 연합사 해체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 입장에 관해선 "이렇게 되면 한미동맹 디커플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미중 갈등 속에 한미 연합 체제가 해체되면 미국이 한국을 통제할 수 없게 되므로 미국 국방부도 고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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