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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걸림돌은

등록 2020.11.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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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대주주 3자 연합·노조 반대 거셀 듯...독과점 논란도

[서울=뉴시스]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1.1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1.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빅딜(Big Deal·대규모 거래)'이 성사될 경우 자산 40조원, 매출 20조원을 보유한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항공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하지만 한진칼 최대주주인 3자 연합과 양 항공사 노조의 반발, 일자리 축소에 따른 지역사회의 반대, 독과점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검토 중에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양측 모두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절차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르면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한다. 그 뒤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면 산업은행이 인수 자금을 투자하고, 한진칼은 이 돈으로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는 방식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항공업계 재편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1개를 제대로 키우자는 것이 산업은행의 생각이었다"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올해 4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총 3조3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양 항공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단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을 지원해야 하고 아시아나항공도 지원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됐다. 차라리 하나로 합쳐 자금을 집중 공급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공업 노하우가 풍부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서 중첩 노선을 정리하면 수익성이 개선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고 덧붙였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M&A)이 결렬된 이후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항공업황이 안 좋아지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자본잠식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을 계속 안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외국 사례를 대한항공에 제시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걸림돌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자산 40조원, 매출이 19조6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액은 12조6834억원, 아시아나항공은 6조9658억원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173대, 아시아나는 86대의 기재를 보유 중이다. 양사를 합친 기재(259대)는 경쟁사인 에어프랑스(225대)를 제치게 된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허 교수는 "세계 항공업계의 흐름을 보면 몸집 키우기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M&A가 많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 항공사들은 중국의 3대 국영 항공사(중국국제항공·동방항공·남방항공)과 중동 지역 항공사들에 뒤쳐졌다"며 "그들은 규모를 키워왔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 우리 항공사들도 경쟁력을 높이려면 몸집 키우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항공산업은 특성상 한 국가 내에서 여러 업체들이 공존하면서 생태계를 이루는 게 쉽지 않다"며 "M&A를 통한 '메가 캐리어(Mega-Carrier·초대형 항공사) 체제'로의 변화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유럽 지역이나 미국에 비해 늦었지만 우리나라에도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M&A 시장이 위축됐지만, 코로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저가 인수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코로나 여파로 항공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는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공룡 항공사가 시장을 장악하는 구조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종 성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3자 연합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 등으로 구성됐다.

사모펀드 KCGI는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채권단과 정부 당국·한진칼 경영진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노조의 반발도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 항공사의 노동조합들은 대책을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KAPU), 대한항공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등 6개 노동조합은 다음주 초 서울 시내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할 계획이다. 노조와 양대 항공사, 산업은행 및 채권단이 참여하는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 주도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논의되고 있으나 각 항공사의 직원들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양 사의 직원들은 각 항공사와 항공업 종사자들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동일 직종 종사자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항공기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1.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항공기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1.15. [email protected]

고용이 타격을 받은 지역사회 반발도 인수 과정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진그룹에 인수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으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6월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56.3%, 부채비율은 2291%에 달한다.

허 교수는 "정부가 금융지원을 많이 하게 되면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하지만 금융지원이 부족하면 부실기업 떠넘기기가 되고, 대한항공도 함께 어려워진다. 금융당국과 대한항공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독과점 논란도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정부가 이번 일을 추진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M&A 전문 변호사는 "공정위가 시장획정 작업을 어떻게 하든간에 경쟁제한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를 이유로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고, 아니면 영업활동 제약 등 행태적 조치만 부과할 수 있다. 여러가지 옵션이 많은데, 지금 분위기상 경쟁제한 효과보다는 효율성 증대에 초점을 두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항공운송업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다. 국제노선에서 항공사끼리 경쟁하는 시장"이라며 "우리나라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독일·영국 등은 각각 대표격인 하나의 대형항공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급자가 한정되어 있을 때 독점 이윤이 발생하는데, 해외에 가려고 하면 우리가 대한항공 티켓만 끊는 게 아니라 외국항공사들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두 회사가 합쳐져도 소비자 편익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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