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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 변호사·회계사도 규제" vs "억울한 의료인 나올수도"

등록 2021.02.22 11:53:34수정 2021.02.22 1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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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두고 정부·의료계 갈등 격화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에게 면허 취소 조치를 내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총파업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가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02.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대한의사협회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에게 면허 취소 조치를 내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총파업을 예고하며 반발하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가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02.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도 중범죄 땐 자격이 박탈되거나 일정 기간 정지된다. 의료인만 예외로 할 이유가 없다."(정부)

"현재 논의되는 '의료법 개정안'은 처벌 사유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 면허관리의 취지와 달리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의료계)

금고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보건복지위) 심의를 통과하자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이 또 다시 격화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범죄의 종류와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의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의사는 5년간, 집행유예인 경우 유예기간 종료 뒤 2년간, 선고유예는 유예기간만큼 면허가 취소된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빠르면 이달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국민생명 보호·다른 직종과 형평성 맞지 않아"

정부는 성폭력,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진료를 계속 보면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데다 이미 유사한 면허 취소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30~40명 정도가 중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다"면서 "중범죄를 저지른 극소수 의료인들로부터 다수의 의료진을 보호하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법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인 면허 취소 범위를 기존 허위진단서 작성, 면허 대여 등 의료직무상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중범죄로 확대했다. 다만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상죄 등일 때는 금고형 이상이여도 면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면허 취소 기간(실형 5년·집유 2년)도 변호사, 회계사, 법무사 등에 적용되는 기준을 똑같이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다른 전문직종과 달리 의료인만 예외로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특정 직역의 이익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며 "만약 이를 빌미로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현실화하면 정부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처벌 대상 광범위...변호사와 역할 달라"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료인의 자질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무와 무관한 교통사고를 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았다고 면허가 취소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처벌 사유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의 엄격한 면허관리 취지와 달리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살인이라던지 강도, 성폭력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는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교통사고 등으로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의 면허 취소 기간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역할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법 개정 취지와 맞지 않고, 변호사와 의사간 직업 특성의 차이를 인정한 헌법재판소 결정과도 맞지 않는다"며 "개정안이 취지와 달리 악용될 소지가 있어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한 변호사가 '의사와 달리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변호사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의사 등과 달리 변호사는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해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쳐 합헌이다'고 명시했다.

의협은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그 역할로서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을 명시하고 있고, 의사는 의료법에서 그 역할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을 정해놓고 있어 그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며 “정의 구현을 역할로 하고 있는 법 전문가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가 같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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