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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세훈표 반값아파트' 성공할까

등록 2022.03.02 17:06:12수정 2022.03.02 18: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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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지난달 24일 서울에 3~5억원대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재차 드러냈다. 공공이 땅을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친 무주택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얘기가 솔깃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반값아파트가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가 반값 아파트를 공약해 화제몰이를 한 바 있다. 이후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됐다.

반값아파트가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것은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이다. 경기 군포시에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형태의 주택이 공급됐지만 전체 물량의 90%가 미분양됐다. 첫 반값아파트 정책은 그렇게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2011~2012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강남구 자곡동에 LH서초5단지와 LH강남브리즈힐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지어졌다.

 이번엔 입지가 좋은 곳에 아파트가 공급됐지만 그만큼 매매 가격이 뛰어올라 '로또 청약'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당시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2억원대였는데 현재 매매 시세 기준 14억~15억원대로 상승했다. 분양가 대비 7배 정도 오른 것이다. 이후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을 되팔 땐 공공기관에만 팔 수 있도록 하는 환매조건부를 붙인 개정안이 마련되긴 했다.

이번 대선 주자들도 반값아파트와 유사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본주택' 14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0만 가구 규모의 '역세권 첫집' 등을 내세웠다. 이름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도 두 공약 모두 토지임대부 방식을 일부 따른다.

그런데 실패 전례 탓인지 반값아파트를 둘러싼 우려가 많다. 반값아파트가 성공을 거두려면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형태로 적정 물량이 공급돼야 하는데 서울에서 그럴 만한 부지를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공공부지가 많지 않아서다. 반값아파트 후보지로 옛 서울의료원, 세택(SETEC) 부지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과 자치구는 벌써부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양가는 저렴하더라도 매달 임대료를 내야해 사실상 '반전세' 성격이 강한데다, 공공에 되팔아 시세차익마저 거둘 수 없다면 수요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다.

반대로 환매조건부를 포기할 경우 로또 분양 논란이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 김헌동 SH 사장은 "로또 분양이 두려워 반값 아파트를 실행하지 않는다면 공사나 민간 건설사가 그 이익을 다 가져가게 된다"고 말했다.

거품을 뺀 가격으로 주택 공급에 나서려면 갖가지 실험도 필요하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부지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무주택 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반값아파트인지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를 허투루 듣고 넘겨서는 안 된다. 우리는 반값아파트가 실패한 사례를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조현아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2.03.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조현아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2.03.0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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