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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황당했던 확진자 사전투표...아직 남아있는 아쉬움

등록 2022.03.14 14: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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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황당했던 확진자 사전투표...아직 남아있는 아쉬움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제 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5일. 전국 곳곳의 투표소에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 국민의 투표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 하에 코로나19 관련자들의 사전투표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전염병도 투표 열기를 막진 못했다. 추운 날씨에도 기자가 당일 방문했던 사전 투표소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는 확진자들로 북적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선 잡음이 일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70여명의 대기 줄에선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연신 들렸다. 1시간가량 밖에서 기다린 한 확진자는 투표하려다 건강이 더 안 좋아지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서둘러 병원에 돌아가 봐야 한다고 말하던 한 시민은 길어지는 대기 시간에 발을 동동 굴렀다. 유권자들을 안내 중이던 현장 사무원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달라진 투표 방식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공직선거법은 각 투표소에 투표함을 하나씩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사무원들이 확진자들의 투표용지들을 취합한 뒤 비확진자들 투표장에 마련돼 있던 투표함에 대신 투입했다. 투표함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종이박스, 종량제 봉투 등에 투표지가 담기는 경우도 있었다. SNS상에선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지며 선거의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게다가 유권자 수를 추산하지 못해 기본적인 예측에도 실패한 것은 물론 투표 방식에 대한 사전 설명도 부족했다. 투표장에서 만난 한 확진자는 선거 안내에 관해선 단 한 통의 문자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당 문자는 확진자 등에게 적용되는 투표 방법에 관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트위터 등에는 일부 확진자들이 사무원들에게 왜 대리 투표를 하냐며 항의하는 영상, 사진도 올라왔다. 미흡한 준비로 인해 선거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각에서 부정선거 불씨까지 당기자 선관위는 공식 사과문을 내고 본 투표일엔 모든 유권자가 투표함에 용지를 직접 넣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이후 논란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투표에 대해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선관위 등이 방역 당국과 협의해 현장서 시행될 매뉴얼을 세밀히 짜고 발생 가능한 경우들을 다양히 예측했더라면 사전투표를 둘러싼 최소한의 논란들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정당성을 얻는다. 오류 없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거권을 행사했다고 사람들이 믿어야만 투표 결과는 사회적인 합의로 이어진다. 절차에서부터 유권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투표는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반쪽짜리 선거로 전락할 뿐이다.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질 6월 지방선거는 철저한 준비를 토대로 선거의 본질인 공정성을 의심할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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