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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지태 "원작보다 더 멋있게 그리고 싶었죠"

등록 2022.06.27 13: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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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한국판 출연

4조원 훔치는 작전 세운 '교수' 역할 맡아

"정보 전달 대사 많아 발음 연습 더 노력"

꾸준히 드라마 출연 "배우는 다 잘해야"

[인터뷰]유지태 "원작보다 더 멋있게 그리고 싶었죠"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연습 정말 많이 했어요."

어느덧 데뷔 25년 차가 된 배우 유지태(46)에게는 연습이 많이 필요해 보이지 않지만, 그는 이번 연기에 대해 말하며 이렇게 첫 마디를 뗐다. 영화로는 2019년 '돈' 이후, 드라마로는 2020년 '화양연화-삶이 꽃이 되는 순간' 이후 새 작품을 내놓지 않던 유지태가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스페인에서 만든 시리즈로 그간 넷플릭스가 선보인 가장 성공적인 콘텐츠 중 하나로 손꼽힌다. 넷플릭스는 사상 처음으로 자사 드라마를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그 나라로 한국을 택했다. 그리고 유지태는 이 작품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인물 '교수'를 맡았다. 그를 2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워낙 팬덤이 강한 작품이라 넷플릭스나 제작진 모두 부담감이 컸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도 전 이 드라마가 한국식으로 잘 각색됐다고 봤어요.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대체로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봤습니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의 얼개는 같다. 도둑들이 모여 은행을 턴다는 것. 한국판 '종이의 집'이 다른 건 이 틀에 남북 분단 상황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2026년을 배경으로 한반도 통일이 가까워지고, 비무장지대엔 공동경제구역이 들어설 정도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진다. 교수와 도둑들은 이 공동경제구역 내 통일조폐국에 있는 4조원의 현금을 털기로 한다. 유지태가 연기한 교수는 이 모든 작전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교수 캐릭터가 원작보다 더 매력적인 인물이길 원했다"며 "과하지 않은 선에서 멋스러운 옷을 입었고, 각 캐릭터 간 관계에서도 여성에게 충분한 호감을 줄 수 있는 인물이길 원했다"고 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원작보다 멜로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유지태 "원작보다 더 멋있게 그리고 싶었죠"


멋과 멜로는 유지태의 필모그래피를 이루는 중요한 단어들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교수의 대사량은 유지태 같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교수가 이 모든 작전을 계획한 인물인만큼 상황 설명을 위한 대사가 많은 편인데, 이렇게 많은 설명 대사를 해본 건 처음이었다.

"한국판 시즌1이 원작의 파트1과 파트2를 합쳐놨기 때문에 교수의 설명 대사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촬영을 1년 정도 했는데, 그 기간 계속 연습했어요. 성우들의 연습 방법도 따라 해보고요. 발음에도 아주 신경을 많이 썼죠. 아마 앞으로 할 작품들에서 제 향상된 설명 대사 능력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대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유지태가 택한 방법은 유사한 형식의 대사가 나오는 작품을 보고 따라 해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의외인 건 그가 연습을 위해 택한 작품들이다. 그는 각종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집중적으로 봤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이 설명 대사가 가장 많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긴 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말하는 법을 익히려고 했다. 유지태는 "넷플릭스에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의 다 본 것 같다"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유지태는 데뷔 이후 20년 가까이 영화에만 출연하는 배우였다. 그러다가 2014년 '힐러'를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후 '굿와이프'(2016) '매드독'(2017) '이몽'(2019) '화양연화'(2020) 등에 출연했다. 꾸준히 연기 영역을 확장해온 것이다.

유지태의 드라마 출연에는 각본을 쓰고 연출을 했던 게 영향을 줬다. 독립영화를 만들었던 만큼 효율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을 드라마를 통해 배우고 싶었다는 것이다. "상업영화는 촬영이 한없이 늘어지기도 해요. 외부 상황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기도 하죠. 그런데 제가 했던 독립영화는 말 그대로 '생존 촬영'이 필요하잖아요. 빠르게 찍고 넘어가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른바 '생방'으로 진행되는 한국식 드라마 촬영 현장을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또 영화도 드라마도 모두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미드처럼 우리나라 드라마 퀄리티가 높아질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고요."
[인터뷰]유지태 "원작보다 더 멋있게 그리고 싶었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시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지난 24일에 공개된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현재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전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일단은 매우 성공적인 출발이다. 유지태는 흥행에 대한 기대감에 관해 묻자 "흥행 기대요, 글쎄요…그냥 제 아이들 교육비 정도만 벌 수 있으면 전 만족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마 해외 시청자에게 저는 지난 20년 간 '올드보이'의 유지태였을 거예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때와 다르게 깔끔하고 이지적이고 매력적인 배우로 보이고도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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