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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김밥·라면, 너마저"…여러분의 통장은 안녕하신가요?

등록 2022.12.31 15:00:00수정 2022.12.31 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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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상승률 7.7%↑…30년 만에 최고치

상승률 1위 갈비탕 11.7%, 2위 자장면 10.8%

3·4위 김밥과 라면…24년 만에 최고 증가 폭

1~10월 월평균 실질임금, 0.1% 증가에 그쳐

"외식 소비심리 위축…내년 오름세 덜할 것"

[세쓸통]"김밥·라면, 너마저"…여러분의 통장은 안녕하신가요?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1.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을 구경하던 이모(25)씨는 간단히 끼니를 때우러 김밥집을 들렀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본 김밥 1줄은 5000원이었고, 묵은지참치김밥, 직화제육김밥 같이 토핑이 추가된 김밥은 8000원이었다. 김밥 한 줄이 식사와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는 생각에 이씨는 몇 천원을 더 내고 덮밥을 먹었다.

#2. 직장인 전모(28)씨는 주 3~4회 국밥을 먹는 국밥 마니아다. 속이 든든하고 값도 싸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씨는 최근 들어 국밥 가격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는 "이제는 국밥이 가성비 좋다는 시대는 끝난 거 같다. 7000~8000원 하던 국밥들이 9000원으로 오르더니 이젠 10000원짜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국밥에 소주 한 병을 12000원에 해결하다가 이젠 15000원씩 내고 먹으려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말, 여러분의 통장은 안녕하신가요? 올해는 IMF 이후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해가 됐습니다. 연간 소비자물가가 5.1% 오르면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연간 외식 물가의 증가율은 7.7%로 30년 만에 최고로 높은 상승률 보였습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갈비탕을 제외하고는 대표적 서민 음식인 자장면과 김밥, 라면이 전년 대비 증가율 2~4위를 차지했습니다.

31일 통계청의 '2022년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외식 품목 가운데 가격 상승세가 컸던 품목은 갈비탕으로 전년 대비 11.7% 올랐습니다. 이는 1991년 18.0% 오른 후 31년 만에 최대 오름폭입니다.

그다음은 자장면이 뒤를 이었는데, 1년 전보다 10.8% 올랐습니다. 1992년 11.7% 오른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음식점이 몰려 있는 거리 모습. 2022.06.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음식점이 몰려 있는 거리 모습. 2022.06.13. [email protected]


 간편하게 끼니를 때우기 좋은 대표적 서민 음식인 김밥과 라면이 각각 증가율 3위와 4위를 차지했는데요. 이제 분식은 가격 부담 없이 배부르게 먹는 음식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김밥(10.7%)은 2008년 16.9% 이후, 라면(10.0%)도 같은 해 15% 이후 모두 24년 만에 최고 증가 폭을 보였습니다.

생선회(9.8%)는 소비자물가로 집계된 1996년 이래 최고의 증가 폭을 나타냈고, 떡볶이(9.7%)는 2012년 이래, 치킨은 1998년 11.9% 이래 최고치입니다. 

해장국(9.4%), 칼국수·짬뽕(9.3%), 삼겹살(9.0%), 돼지갈비·피자(8.9%), 볶음밥·돈가스(8.8%)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이 점심, 저녁으로 한 번씩 수혈해줘야 하는 커피도 전년 대비 4.9% 올랐고, 회식에 빠질 수 없는 맥주와 소주도 각각 6.4%, 6.2% 올랐습니다.

하지만 외식 물가가 1년간 7.7% 오르는 동안 직장인들의 월급은 지난 10월까지 전년보다 0.1%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증가율로 단순히 비교하자면 무려 77배 차이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 월평균 실질임금은 356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2000원) 증가한 데 그쳤습니다.

실질임금은 물가를 반영한 임금인데,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고물가로 체감 월급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셈입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지난 8월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생활임금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0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전현욱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이 지난 8월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생활임금 노동자 증언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03. [email protected]


 물가는 오르는 만큼 월급은 오르지 않아 직장인들의 통장은 '텅장'(텅 빈 통장)이 됐다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입니다. 고물가로 인한 서민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파르게 오르는 외식 물가로 국민들의 소비심리는 위축된 상황입니다. 12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8.2%로 전월(8.6%)보다는 감소했습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외식물가에 대한 소비심리 둔화가 이달 물가 상승률 오름세를 막은 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달 소비자물가는 지난달(5.0%)과 똑같은 5.0%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어 심의관은 "올해 석유류와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됐는데, 외식을 중심으로 한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하면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며 "최근 소비 심리 추이를 고려할 때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올해보다 낮은 3.5%로 제시했습니다. 또 연초까지는 상승률을 이어가다 내년 하반기에는 3%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예상합니다.

어 심의관은 "나라 안팎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금보다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상승률이 굉장히 높았으니 내년에는 역외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올해보단 낮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2.04.0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는 모습. 2022.04.0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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