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특수본 수사 아랫단서 그칠듯…정무적 책임은 누가지나

등록 2023.01.06 13:39: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특수본 수사 아랫단서 그칠듯…정무적 책임은 누가지나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두 달 남짓 이어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가 마무리를 향해가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다음주 중 불구속 송치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서는 현장 관리 책임이 제기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을 구속송치하기도 했다.

특수본은 설 연휴 전에는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 조만간 이태원 참사에 대한 1차적인 책임자 수사는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1일 "읍참마속의 각오"라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야심차게 특수본을 출범했다. 시작부터 '셀프 수사'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도 '윗선'보다는 '아랫단'에 집중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 형사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정 지역의 안전 관리는 '자치경찰' 사무여서 '국가경찰'을 관장하는 윤 청장에게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 감독할 법적 의무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행안부와 서울시에 대해서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상 일차적 책임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용산구에 있기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특수본은 판단하고 있다.

현행법상 현실적 한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참사 당시 경찰 수뇌부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특수본 수사에도 한계선이 분명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참사 초기 "거취 표명은 비겁한 짓"이라던 윤 청장은 지난 4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고민하겠다"며 재차 사퇴와는 거리를 뒀다. 김 청장은 지난해 말 치안정감 인사에서도 유임됐다. 상급기관인 행안부 장관은 아예 국회 해임건의안에도 요지부동이다.

특수본의 첫 압수수색에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이 빠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셀프수사' 논란이 인 뒤에야 2차 압수수색에 청장실 등을 포함했다.

과거는 어땠을까.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11월 여의도에서 열린 WTO 쌀 협상 비준안 반대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했던 농민 전용철, 홍덕표씨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간의 자체 조사 결과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한 사망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노무현 대통령은 그해 12월 대국민 사과를 했고, 허준영 경찰청장과 이기묵 서울경찰청장이 옷을 벗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철거민 5명과 진압 경찰 1명이 화재로 숨진 '용산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경질론이 제기됐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경찰의 과잉 진압이 아닌 용역업체의 문제로 선을 긋자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버티던 김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물론 당시 경찰 지휘부는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사퇴의 변을 밝히며 법적 책임과는 선을 그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장관, 시장, 경찰 지휘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며 "왜 법적으로만 해결하려 하는지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소위 정무적·도의적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자각마저 사라진 요즘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