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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반대…'밥그릇 지키기'로 보이는 이유는?[기자수첩]

등록 2023.02.10 14:10:00수정 2023.02.10 14: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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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얼마 전 동네 놀이터에서였다. 우연히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 둘의 대화를 엿듣게 됐다. 한 아이가 짖궂게 다른 아이를 밀어 넘어뜨리더니 "아빠가 정형외과 의사이니까 다리 다쳤으면 치료 받게 해줄게"라고 거만하게 말했다. 도저히 어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더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넘어진 아이가 "네 아빠 ○○대병원 의사야?"라고 받아친 것이다. 동네의원이라는 답을 들은 아이는 "그럼 별거 아니네"라면서 되레 핀잔을 줬다.

폐업이 늘고 있는 동네병원의 씁쓸한 현실이다. 알고보면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줄곧 반대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네병원은 지역의 환자가 찾아야 수익이 나는데, 의료 접근성 향상으로 각지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려든 지 오래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를 올해 제도화하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여기에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새로운 동네병원까지 늘어나 '무한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대부분 수가(진료비)가 낮아 대량 진료로 수익을 내온 병원들로서는 수익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의사 수를 늘리지 말아야 할까.

의사 수 부족으로 야기되고 있는 지역 간 의료 격차, 공공병원 의사 부족, 불법의료 등의 문제들을 마냥 덮어둘 순 없다. 인구 고령화로 급증하고 있는 의료 수요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의사들의 강도 높은 업무량도 더 이상 눈 감을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8.6%에 불과한데 외래 진료량은 2.5배 많아 생산성이 OECD 평균의 3.6배다. 보통 유럽 국가에서 의사 1명이 하루에 외래 환자 20명을 진료할 때 우리나라는 60~80명을 진료한다는 얘기다. "환자들이 밀려 들어 화장실 갈 틈도 없다"는 호소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특히 지역에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지자체 10곳 중 4곳이 응급의료 취약지이고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조차 연봉을 수억 원 불러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병상을 놀리고 있다. 그 사이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마술봉은 없다.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동네병원과 대형병원이 무한경쟁하지 않도록 의료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흔한 질환'와 '고난이도 질환'으로 나눠 역할을 가르마 타줘야 한다. 추가로 양성하는 의사의 상당수는 반드시 지역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기란 참 어렵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정부·의료계·환자 등 이해관계자 간 소통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공감이 강물처럼 흐르도록 해야 국민의 건강도 활력을 찾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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