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고위기 청소년 상담사 "포기 안 하면 용기 낼 수 있어요"

등록 2023.03.21 07:00:00수정 2023.03.21 07:15: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청소년 동반자 "내가 왜 상담 받냐 거부하기도"

성범죄 등 위험 노출, 상담 가능한 장소 필요성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8일 오후 서울 천호동 로데오 거리 인근 ‘찾아가는 거리상담'이 열린 이동쉼터에서 청소년을 만나 청소년의 고민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2022.11.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11월18일 오후 서울 천호동 로데오 거리 인근 ‘찾아가는 거리상담'이 열린 이동쉼터에서 청소년을 만나 청소년의 고민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2022.11.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창원=뉴시스] 구무서 권지원 기자 = 극단적 선택은 최근 10년 연속 청소년 사망 원인 1위에 오를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극단적 선택이나 자해를 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기 청소년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역할을 청소년 상담사들이 맡는다. 이들은 상담사로서의 보람과 함께 상담 공간, 상담사의 안전 등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 20일 오후 경남 창원 청소년 상담 복지 센터에서 만난 고위기 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들은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양미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통합지원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 1~3위는 대인 관계, 진로 문제, 가족 문제였는데 2015년부터는 정신 건강 문제가 36.4%로 기존보다 3배 이상 뛰었다"며 "그때쯤부터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얘기가 많이 나왔고 센터에는 전문적인 고위기 청소년 문제 기능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1년부터 10년 연속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이다. 특히 2020년에는 9~24세 청소년 사망자 중 50.1%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질 정도로 위험이 확산하고 있다.

청소년이 고위기 상황에 이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양 본부장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 학교로부터 철수를 하는데 그러면 집안에 있게 되고 은둔형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정이나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 경제적으로 어려울 경우, 부모가 일을 한다고 아이에게 관심을 못 가질 경우 고위기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위기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를 위해 전국적으로 240개, 지자체에서 22개의 청소년 안전망 사업이 운영 중이다.

찾아가는 상담은 가정이나 학교 또는 제3의 공감에서 청소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생활 침해 등으로 가정이나 학교 방문을 꺼리는 청소년, 부모의 경우 카페 등에서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주 1회 상담을 기본으로 극단적 선택 등 위험한 사례가 있을 경우 주 2회 이상도 실시한다.

단 고위기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상담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동반자(상담사) A씨는 "처음에는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왜 내가 상담을 받아야 하느냐는 인식도 있다. 전화를 잘 안 받아서 어머니가 대신 받는 경우도 있는데, 어머니도 지칠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내 경우엔 (청소년) 이름을 부르면서 주택 단지에 들어가고 포스트잇으로 다녀갔다고 붙여놓기도 하고 사진으로 찍어서 문자로도 보냈다. 계속 그렇게 하니 그 다음부터는 문을 열고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동반자(상담사) B씨는 "학폭을 당하고 신체적으로도 비만해진 상황에서 1년 이상 은둔형에 인터넷 중독이 된 사례가 있었다"며 "집에만 있다 보니 전화 상담을 했는데 상담실로 오라고 해도 절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그럴 때 동반자가 찾아가는 것"이라며 "아이가 18세였는데 상담을 포기하게 하려고 집을 찾아가도 대화를 거부했다"고 했다.

그는 "동반자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말 한 마디 건네고 계속 문자를 보내고 하면 아이들은 나를 포기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생긴다"며 "그 이후로는 상담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청소년은 상담을 통해 학교밖지원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취업성공패키지로 조리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특히 코로나19로부터 일상회복을 하고 학교에서 전면 등교 개학이 시행된 이후 청소년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는 게 상담사들의 의견이다.

A씨는 "학교 폭력으로 가기 전에 따돌림을 당하면 교실 안에서는 노출도 안 되고 해결이 안 된다"며 "이 친구들을 만나보면 우울도 있고 학업도 안 되고 친구 관계도 안 되면서 교실에 혼자 있어야 하니 많이 힘들어한다. 가끔 이런 친구들이 새벽에도 연락이 온다. 그러면 만날 수는 없지만 안부를 물어봐주고 필요한 경우엔 종합심리검사도 받게 한다"고 말했다.

고위기 청소년을 돕는 역할을 하는 상담사들이지만 현장에선 위험에 노출되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있다.

A씨는 "아직까지 신체적으로 위협을 느낀 적은 없지만, 한 번은 상담 받는 청소년의 아버지가 성범죄로 감옥에 갔다가 나온 지 얼마 안 됐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오더라"라며 "다행히 가정에서 방문 상담을 꺼려서 청소년이 (집 밖으로) 나와서 상담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커피숍에서 아이들이랑 상담을 하면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나쁜 사람으로 의심을 하기도 한다"며 "아이도, 선생님도 신뢰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