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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0시간 이상 무리"→"가이드라인 아냐"…개편안 연일 혼란

등록 2023.03.21 05:30:00수정 2023.03.21 0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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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여러 의견 들으란 것…60시간 이상 나올 수도"

일괸되지 못한 메시지에 국민 혼란…돌고 돌아 결국 원안?

고용부 "보완 방안 고민"…확실한 장치 없을시 거센 비판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2023.03.17. photo1006@newsis.com

[도쿄=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2023.03.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말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가이드라인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개편안을 둘러싼 혼란이 연일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근로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부합하는 개편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개편안 발표 이후 정리되지 않은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국민 혼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 발언에 대해 "그렇게(주60시간 이상)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겠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한 것이지, (근로시간 개편) 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 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놓고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윤 대통령이 14일 재검토 지시에 이어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했는데, 이것이 '가이드라인'으로 비화되자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주60시간'이라는 일종의 상한선을 제시하면서 일각에선 주 최대 근로시간이 주 60시간 미만인 현행 주52시간~59시간으로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전날 이러한 관측에 선을 그었다.

고위 관계자는 "주60시간, 상한 캡을 씌운다는 것이 대통령 지시이기 때문에 59시간으로 갈 거라고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대통령 말씀은 장시간 근로에 대한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여러 의견을 들으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말씀을 다시 유추해보면 의견 수렴을 해서 60시간이 아니고 더 이상 나올 수도 있다"며 "또 캡을 씌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 대통령께서 굳이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하신 말씀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서울=뉴시스]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이는 윤 대통령의 '주60시간' 발언은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일 뿐,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충분한 여론 수렴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60시간 발언 이후 원안보다 대폭 후퇴했다는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근로시간 개편의 동력이 약화될 위기에 처하자 발언의 취지를 다시 설명하며 서둘러 '주60시간 지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관되지 못한 메시지에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국민의 혼란만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검토'를 언급하고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상한 캡을 지시하면서 개편안의 적잖은 수정이 예상됐는데, 이를 다시 번복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돌고 돌아 '원안'으로 돌아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의견이 나올 때마다 반응을 많이 하시는 편이니까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는 근로자들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해 제도를 설계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어이없는 '촌극'이라고 질타를 쏟아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주60시간으로 하면 주64시간까지 가능한 현행 탄력근로제보다 줄어든다. '아차' 싶었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우왕좌왕하는 꼴"이라며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개편안은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의 보완 검토 지시는 소통 강화를 통해 오해를 해소하라는 것일 뿐 장시간 압축 노동이라는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며 개편안의 완전 폐기를 촉구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 관리 우수사업장 노사간담회장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03.1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근로시간 기록, 관리 우수사업장 노사간담회장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3.03.15. [email protected]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대통령실 발언 직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이 무엇인지 파악에 나섰다.

다만 윤 대통령의 재검토 및 보완 지시 당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모습에 비해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실상 원안에서 보완 방안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대통령 지시가 읽히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결국 (대통령 말씀은) 제도 개편의 취지를 설명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데 방점이 있다고 저희는 생각한다"며 "현행 개편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서 추가적인 보완 방안을 고민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근로시간 유연화와 관련, "임금 및 휴가 등 보상체계에 대한 불안이 없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연차 활성화 사업장을 찾아 연차 사용의 충분한 보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MZ 노조를 비롯해 주69시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가운데, 장시간 근로 우려에 대한 확실한 보완 장치 없이 원안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경우 또다시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고용부는 지난 15일부터 MZ 노조와 2030 자문단 등 청년 세대들을 잇따라 만난 데 이어 각계각층을 만나며 다양한 의견 청취에 나설 예정이다. 개편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달 17일까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최근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혼선과 입장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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