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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스키장' 만든 코펜하겐…"마포 소각장도 명소로"

등록 2023.03.21 11:15:00수정 2023.03.21 14: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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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민도 사랑할 수 있는 시설 만들겠다"

[코펜하겐=뉴시스]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 현장. (사진=서울시공동취재단). 2023.03.21. photo@newsis.com

[코펜하겐=뉴시스]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 현장. (사진=서울시공동취재단). 2023.03.21. [email protected]


[코펜하겐=뉴시스] 조현아 기자 = '인공 언덕 위 녹색 매트의 슬로프에서 사계절 내내 스키를 타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85m의 인공 암벽에서는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3000㎡의 등산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옆에 있는 굴뚝에서는 흰 수증기가 뿜어 나온다.'

바로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아마게르 바케' 얘기다.

아마게르 바케는 기피시설로 꼽히는 소각장(자원회수시설) 위에 스키 슬로프와 암벽 등반장 등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탈바꿈한 곳이다.

유럽 순방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취재진이 코펜하겐 아마게르 바케를 찾은 지난 2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이곳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하나둘씩 이어졌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부터 경치를 즐기러 온 10대들이 등산로를 오르고 있었다. 건축물을 디자인한 비야게 잉겔스는 "도시에서 기피 대상인 곳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가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마치 '유토피아' 같은 현상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아마게르 바케는 발전소 여러 동을 높이 순으로 이어 붙이고, 그 위에 스키 슬로프를 얹은 파격적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약 200m 떨어진 곳에는 458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고, 덴마크 여왕 궁과도 불과 2㎞ 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잉겔스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논의를 진행했고, 다양한 반대가 있었지만 주목했던 부분은 이미 존재하는 쓰레기를 사회에 필요한 어떠한 요소로 바꾸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내부 소각시설은 폐기물 저장조와 소각로, 폐열 보일러 등으로 조성됐다. 하루에 처리되는 폐기물은 2000t 정도다. 폐기물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은 각종 정화 시스템을 통해 제거되고, 굴뚝에서는 깨끗한 수증기만 나온다. 아마게르 바케 운영사인 ARC의 제이콥 시몬슨 CEO는 "아마게르 바케의 염화수소,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EU(유럽연합) 권고 기준보다 훨씬 낮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새로 설립하는 마포구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을 아마게르 바케처럼 친환경적인 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은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시민들이 호흡하는 공기보다 훨씬 더 양질의 기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저희 과학기술이 덴마크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민들이 깊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배출가스의 질을 유지·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뉴시스]오세훈 시장이 20일 14시 30분(현지시간)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탈바꿈한 선진 사례인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시장, 비야케 잉겔스 BIG 대표 건축가). (사진=서울시 제공). 2023.03.21. photo@newsis.com

[코펜하겐=뉴시스]오세훈 시장이 20일 14시 30분(현지시간)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탈바꿈한 선진 사례인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오세훈 시장, 비야케 잉겔스 BIG 대표 건축가). (사진=서울시 제공). 2023.03.21. [email protected]


 이어 "덴마크가 평지이기 때문에 언덕이나 스키 슬로프 등의 시설이 절실했던 것 같다"며 "서울도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면 좋겠다. 멀리서 바라보기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주요 시설과 진입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혁신 디자인을 적용한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추진 중이다. 시는 상암동 후보지 일대 남쪽에 한강이 흐르고, 좌우에 하늘공원, 노을공원, 월드컵공원 등이 위치해 환경적 장점을 살린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올해 중 랜드마크 조성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해 기본 구상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후보지뿐 아니라 인근 공원 일대를 포함하는 마스터 플랜을 준비 중이다.

오 시장은 마포 자원회수시설을 꼭 지하화하지 않고 지상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100%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인지 주민들과 대화하면 진전된 방향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지하화를 원하겠지만 혹시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상으로 올라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아마게르 바케 방문에 앞서 코펜하겐 시청을 찾아 스피 안데스렌(Sophie Andersen) 코펜하겐 시장과 면담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코펜하겐시와 우호협력도시 협약을 체결한 이후 2016년 여의도 한강공원 내 '한강에서 만난 인어공주 상'을 설치한 바 있다.
[코펜하겐=뉴시스]오세훈 서울시장과 소피 안데르센 코펜하겐 시장이 2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코펜하겐 시청사에서 만나,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3.03.21. photo@newsis.com

[코펜하겐=뉴시스]오세훈 서울시장과 소피 안데르센 코펜하겐 시장이 2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코펜하겐 시청사에서 만나,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3.03.21. [email protected]


오후에는 세계 1위 덴마크 풍력터빈 기업 베스타스를 방문해 헨릭 앤더슨(Henrik Andersen) 회장을 만나 베스타스사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의 서울 이전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시는 싱가포르에 소재한 베스타스 아태지역본부가 연내 서울로 이전하도록 행정적 지원에 나서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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