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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병동, 이곳이 천당”…임종 전 1억 기부한 사연

등록 2023.03.21 08: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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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돌봄에 기부 결정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이를 위해 써달라”

[서울=뉴시스] 임종 한 달 전 가정호스피스 돌봄을 위해 집을 방문한 의료진이 촬영한 고(故)박춘복씨와 아내 강인원씨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임종 한 달 전 가정호스피스 돌봄을 위해 집을 방문한 의료진이 촬영한 고(故)박춘복씨와 아내 강인원씨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박춘복씨는 전자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생전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마음을 늘 지니고 있었다. 박씨는 슬하에 자녀 없이 아내와 63년의 결혼생활을 이어 가던 중, 지난해 5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폐암을 진단 받았다.

박씨는 아내가 과거에 서울성모병원에서 부인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았던 터라 병원에 대한 신뢰가 컸지만 호스피스병동 입원은 원하지는 않았다.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치료받던 그는 말기 진단을 받고 처음에는 죽으러 가는 곳 인줄 알고 호스피스병동 입원을 꺼렸던 것이다.

그러던 박씨가 지난해 11월 첫 입원 후 호스피스 병동을 경험한 뒤로는 “다른 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아내 강인원씨는 “처음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 하자 했을 때 ‘여기는 죽어서 나가는 병동인데 왜 가냐며 안 가겠다’고 했다”며 “병동 생활을 하면서 ‘여기가 곧 천당’이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호스피스 병동 퇴원 후에는 가정 호스피스 돌봄을 받았다. 지난 2일 박씨는 세 번째로 입원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눈을 감았다.

박씨는 생전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를 만나고 나서 호스피스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서울성모병원은 사후에 후원을 받는 것이 원칙이나 고인의 강한 의지로 생전에 후원서에 서약을 직접했다.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박명희 팀장은 “호스피스병동에 자주 입원 하시면서 병동 간호사나 봉사자들이 더 특별히 할아버지를 생각했다”며 “특히 퇴원 하시고 가정 호스피스 돌봄 동안 의료진에 고마움이 커 고인이 생전에 의식이 있을 때 후원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에서 영성부원장 이요섭 신부는 “사별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고인과 가족들을 위해서 미사봉헌과 함께 기도 중에 항상 기억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박씨가 자택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때는 병원에서만 쓰는 자가통증조절장치(PCA)를 들고 방문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주치의 안창호 완화의학과 교수는 “할아버지는 호흡곤란 등 고통이 매우 크셨을 텐데고 불구하고 항상 웃는 모습과 낙천적인 모습으로 저희를 맞이해 주셨다”며 “배우자분에 극진한 사랑을 늘 표현 하셨다”고 회상했다.

고인의 조카인 박모씨는 “저희 큰아버지, 큰어머님이 자녀가 없으셔서, 제가 보호자로 투병 생활에서 임종 하실 때까지 곁에서 모셨다”며 “두 분이 부자도 아니신데, 호스피스 돌봄에 대한 감사함으로 평생 아껴 모으신 재산을 기부하신 것에 저도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아내 강인원씨는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서 기부금이 사용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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