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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가 싫어한다고?" 경비원 해고에 발 벗은 주민들

등록 2023.03.27 17:42:38수정 2023.03.27 2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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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근무한 경비원에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애써 부착한 대자보도 훼손됐다" 호소 이어져

"80%가 싫어한다고?" 경비원 해고에 발 벗은 주민들



[서울=뉴시스]권서영 인턴 기자 =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불합리한 해고 위기에 놓인 경비원의 사연이 전해져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대구 경비원 갑질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이라고 소개하며 "최근 강남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의 일을 비롯해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경비원 아저씨들의 안타까운 일들이 참 많지 않나. 우리 아파트에서도 이와 비슷한 갑질이 일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경비원 아저씨는 지난 2019년부터 4년여간 근무해오셨다"며 "노인 분들이 많이 사시는 아파트인데 짐도 다 들어 주시고, 세대마다 어려운 일도 나서서 도맡아 해주시는 등 워낙 따뜻하고 성실하셔서 주민들이 참 좋아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랬는데 2월 말 갑자기 계약 만료 통지서와 함께 해고 통보를 받으셨다"며 "어떤 이유로 해고가 되었는지 관리소에 찾아가 물어보니 '주민들의 80%가 싫어한다'며 객관적 근거가 없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파트 관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그냥 입주민이지만 알면 알수록 불합리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량한 경비원 아저씨를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고 싶어 도울 방법을 모색했다"고 적었다. 그는 "3월 초부터 관리소장도 만나고, 입주민 대표들도 찾아가는 등 시정을 하였으나 입주민 대표 회의에 참여하시는 분 중 아무도 의견을 수렴하거나 검토하려는 시도를 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캡처=네이트판) *재판매 및 DB 금지

(캡처=네이트판) *재판매 및 DB 금지



이후 A씨는 공동주택관리법 및 관련 판례들을 찾아본 뒤 지난 23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대자보와 주민 서명 동의서 등을 붙였다. 그러나 A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대자보가 무단으로 훼손된 모습, 대자보 및 서명 동의서 위에 관리소 게시물이 덧대어 붙은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관리소 게시물은 평소 주민 게시판에 게시한다"며 "덧대어진 게시물 역시 이미 주민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었다. 이에 많은 입주민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A씨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가장이신 경비원 아저씨의 처지가 소위 실세라는 몇몇 입김에 파리 목숨으로 전락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현재 해고 철회 요청에는 200여 명이 넘게 서명했지만 저는 동 대표 등도 아니라서 달걀로 바위를 치는 기분이라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슷한 사례를 겪고 있는 분들이 있거나 이와 관련하여 조언을 주실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도움을 청했다.

A씨의 사연에 다수의 네티즌은 안타까운 심경을 표했다. "입주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입주자 대표에게 화가 난다", "이런 일이 자꾸만 벌어지다니 정말 안타깝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자신을 해당 아파트 담당 택배 기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항상 주민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경비원분을 왜 해고하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당한 해고 통보를 받은 아저씨를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4일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70대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11년간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B씨(74)는 '관리 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숨졌다. 이에 동료 경비원들은 부당한 인사 조처 및 3개월 단위의 계약에서 비롯된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하며 관리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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