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육아휴직 왜 망설일까…쓸 때 '눈치', 복귀 때도 '걱정'

등록 2023.03.28 15:00:00수정 2023.03.28 16:40:3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직장인 45.2% 육아휴직 마음대로 못 쓴다

"회사 상황 때문에" "다녀오면 자리 없어"

"육아휴직해도 기존 삶 유지할 수 있어야"

[그래픽]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여전히 절반 가까운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정부가 휴가 사용을 방해하는 사례가 없는 지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극적인 사용이 망설여진다는 반응이 많다.

28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상당수 직장인들은 육아휴직과 관련해 사용 전에도 사용 이후에도 적지 않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5.2%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한 출산휴가를 마음대로 사용하기 힘들다고 답한 비율도 39.6%에 달했다.

서울 구로구 소재 한 중소기업을 다니는 홍모(33)씨는 최근 득녀했음에도 아내와 달리 육아휴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내 육아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현실적으로 휴직계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홍씨는 "기업 규모가 작고 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보니 단기간 대체 인력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 적임자가 없어 구하지 못했을 경우, 팀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상황도 고려해야 했다. 재직 중인 직장은 한참 성장 중이고 내가 주요 프로젝트를 맡고 있어 휴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위 '눈치'…다녀오면 자리 사라지기도

육아휴직은 사용 전 협의도 쉽지 않지만, 복귀 후도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박모(32)씨는 "동료들이 도와줘 휴직 사용은 눈치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휴직 시점이 꼬이면 약 2년 동안 평가를 받지 못해 승진 기회가 밀릴 수 있다. 복직 자체만 보장이 돼 있지 근무 조건은 보장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결국 경력과 휴직을 맞바꿔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육아휴직 중인 신모(33)씨도 "육아휴직을 쓰자마자 다른 팀 인원이 내 자리에 배정됐다. 이대로라면 복귀했을 때 원래 부서로 복귀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넘게 일한 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팀에 배정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걱정이다. 이제 막 육아휴직을 써 복귀까지 한참 남았는데 벌써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도 개선이나 회사의 협조 외에도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주변의 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는 목소리도 나온다.

육아휴직 후 복귀해 경기도 김포서 일하는 제조업 직장인 정모(32)씨는 "육아라는 직장이 한 개 더 생긴 느낌이다. 양쪽 다 충실하지 못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며 "가족의 도움뿐 아니라 회사 팀 내 분위기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양=뉴시스] 배훈식 기자 = 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9회 맘&베이비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출산 및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03.13. dahora83@newsis.com

[고양=뉴시스] 배훈식 기자 = 13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9회 맘&베이비 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출산 및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03.13. [email protected]


정부, "강력한 단속" 외치지만…"제도가 현실과 괴리"

정부는 강력한 단속을 통해 육아휴직 문화 확산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인 연차휴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을 방해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등 위법하거나 잘못된 기업 문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올해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통해 산업현장의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근로 현장에서는 관련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3+3 육아휴직'은 자녀가 생후 12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시 첫 3개월 동안 각각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300만원)를 지급하는 제도다.

부모가 육아 부담을 분담하라는 취지지만, 수당 의존도가 높은 직장일 경우 생계 부담에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홍씨는 "수당 등이 주요 수입원이었던 직장인들은 생계를 위해 육아휴직 대신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다"며 "단속이 잘되는지도 봐야겠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해도 최소한 기존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