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현천 수사 재개…계염령 문건 의혹이란?
박 전 대통령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서 문건 작성
군대 투입해 국민 기본권과 국회·언론 등 통제
조현천, 29일 오전 6시34분께 인천국제공항 입국
직접 계엄령 문건 작성 지시하고 보고했다는 의혹
[인천공항=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6년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에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2023.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박근혜 정부시절 이른바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29일 미국에서 자진 귀국, 검찰에 체포됐다. 조 전 사령관은 문건 작성에 가장 직접적으로 개입한 인물로 알려진 만큼 검찰 수사 재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오전 6시34분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조 전 사령관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청사로 이송했다. 지난 2017년 12월 미국으로 도주한 지 5년3개월 만이다.
조 전 사령관은 지난 2017년 2월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직접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계엄령 문건 공개부터 기소 중지까지
탄핵 심판 이후를 가정해 계엄령을 검토한다는 내용과 군대를 투입해 집회와 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8년 7월 군인권센터 등이 서류를 공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특별 수사를 지시했고, 검찰은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을 꾸려 약 3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문건 작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 전 사령관이 지난 2017년 12월 미국으로 출국해 문건 작성 경위와 실행 계획 여부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합수단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고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해서는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렸다.
당시 불기소이유통지서를 살펴보면, 합수단은 기무사에서 작성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국면별 대비방안', '현 시국 관련 국면별 고려 사항', '통수권자 안위를 위한 군의 역할' 등 3건의 문서에서 계엄 선포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고 파악했다.
또 조 전 사령관이 계엄 문건을 작성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위수령 및 계엄의 구체적 수행방안이 기재돼 있는 등 공격의 대상과 목표가 설정돼 있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 행위로 나아간다는 확정적 의미의 합의인지, 위험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조 전 사령관의 진술이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명확하게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계엄 문건 작성에 관련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대통령이 서명하도록 돼 있는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고, 계엄 선포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이며 기무사령관이 필요시 직보해온 점을 들어 교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 지난 2016년 12월5일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도 확인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근혜 정부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해외 도피 6년만인 2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 검찰에 체포돼 이송되고 있다. 2023.03.29. [email protected]
검찰 수사 쟁점은…내란음모 적용될까
검찰은 계엄 문건의 위법성 여부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합수단은 문건 작성에 연루된 장군들을 줄줄이 구속 기소한 바 있는데 당시 재판부는 계엄문건 작성 업무를 은폐했는지 여부만 들여다 봤다. 조 전 사령관이 해외로 도주하면서 사실상 문건 자체의 위법성 여부는 따져보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을 상대로 문건 작성 경위와 의도, 목적 등을 물어 위법성 입증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고인들에 대한 수사 재개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조 전 사령관의 급작스러운 귀국은 현재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체포된 상태로 입국장을 나온 조 전 사령관은 취재진 질의에 웃음을 보이는 등 자신의 무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계엄 문건 작성의 책임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로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 귀국했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계엄문건 본질이 잘 규명되고, 또 국민들이 그동안 많은 의혹을 가졌는데 그런 의혹이 최소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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