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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독, 한국도 심상찮다…작년 401건 신고 '19% 증가'(종합)

등록 2023.05.31 11:53:53수정 2023.06.02 23: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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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독신고 401건...20·30대男 48%

질병청, 매독 '4급→3급 감염병' 지정 추진

표본조사서 5년만 전수조사로 관리 강화


[AP/뉴시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한 현미경으로 관찰한 트레포네마 팔리듐균. 이 균은 매독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일본의 매독 감염자 수가 지난 10월23일 1만141명으로 1999년 현재의 방법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밝혔다고 NHK가 1일 보도했다. (사진= AP뉴시스) 2022.11.01.

[AP/뉴시스]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한 현미경으로 관찰한 트레포네마 팔리듐균. 이 균은 매독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일본의 매독 감염자 수가 지난 10월23일 1만141명으로 1999년 현재의 방법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밝혔다고 NHK가 1일 보도했다. (사진= AP뉴시스) 2022.11.0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성병 중 하나인 매독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남성이 전체의 48%(전체 남성 중 6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4급 감염병인 매독을 에이즈(AIDS)와 같은 3급 감염병으로 상향 조정해 표본 조사에서 전수 조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31일 국회와 질병청에 따르면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매독을 제3급 감염병으로 조정해 효과적인 감염병 관리를 도모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7일 대표발의했다. 발의자 명단에는 강 의원을 비롯해 조명희·박대수·백종헌·하영제·박성중·서병수·김상훈·최형두·정우택 등 같은 당 의원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입법을 거쳐 내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 의원은 발의안에 "중증 합병증 발생과 장기간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추이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요구되는 매독을 제3급 감염병으로 상향 조정해 전수 감시 대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매독은 현재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감염증 같은 성매개 감염병, 인플루엔자(독감) 등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표본 감시 대상이다.

보건당국도 매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예방하려면 말라이아, 에이즈 등과 같은 3급 감염병으로 상향 조정해 표본 조사에서 전수 조사로 전환함으로써 감염자 수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독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도쿄의 경우 일반인 남녀 대상 무료·익명 매독 검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매독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전수 감시에서 표본 감시로 전환됐고, 최근 3년 간(2020~2022년) 국내 매독 발생 신고 건수는 2020년 354건, 2021년 337건, 2022년 401건(연평균 약 365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9%가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지난해 국내 매독 신고건수 중 남성이 약 71%(283명)를 차지했다.연령대별로는 20~30대 남성이 약 48%(191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50대 남성 15.5%(62명),  20~30대 여성 13.5%(54명),  60대 이상 여성 6.5%(26명) 등의 순이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주변국인 데다 전 세계적으로 (매독 감염자가)늘고 있는 추세여서 우리나라도 더 늘 것으로 보인다"면서 "감염자 수를 제대로 파악해 대책을 세우려면 전수 감시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표본 감시 체계로 운영되던 매독은 2011년 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라 일본처럼 전수 감시 체계로 전환됐다가 감염병예방법이 추가 개정돼 2020년부터 다시 표본 감시 체계로 바뀌었다.

표본 감시 체계란 일부 의료기관을 표본 감시 기관(이달 기준 전국 573곳)으로 지정해 7일 이내 질병청 또는 관할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하는 감시체계로, 일종의 표본조사다. 4급 감염병이 표본 감시 대상이다. 반면 전수 감시 체계는 모든 의료기관에서 감염병 환자 발생을 사례별로 보건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감시 체계로, 일종의 전수조사다. 전수 감시 대상은 1급 감염병부터 3급 감염병까지다.

질병청 관계자는 "일본의 성매개 감염병 학회 등에 다녀온 교수 등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일본의 경우 데이팅앱(온라인으로 연인을 찾을 수 있도록 중개하는 서비스)이 매독이 전파되는 주요 경로인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남성은 30~50대 감염자가 많았고, 여성은 매춘업소에서 일하거나 원조교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매독은 성접촉 등으로 트레포네마 팔리듐이라는 매독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성병이다. 대부분 성관계로 전파되지만 임산부가 매독균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자궁 내 태아로 전파돼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항생제 주사인 페니실린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재감염을 막으려면 감염 위험이 높은 사람과 성접촉을 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조치 완화로 경각심이 풀어지면서 성접촉이 늘어난 것을 매독 발생 신고 건수 증가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매독 환자 늘고 있다고 체감했다"면서 "매독 첫 감염 사례도 있었지만 재감염 사례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인터넷 성매매, 해외여행 등으로 성적 접촉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독 감염자가 늘면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감염증, 비임균성 요도염 등 다른 성매개 감염병도 같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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