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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초등생 사망' 음주운전자 징역 7년…유족 "檢, 항소해야"(종합)

등록 2023.05.31 11:25:22수정 2023.05.31 1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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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상태로 스쿨존서 초등생 치고 이동

1심, 검찰 20년 구형에도 징역 7년 선고

法 "역과 알고 당황해 운행 계속했을 것"

"돌아와 운전자라고 밝혀…도주는 무죄"

유족은 엄벌 탄원 계속…"1심 판결 실망"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만취 상태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생을 차로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2.12.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만취 상태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생을 차로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2.1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A씨가 현장을 이탈한 것은 도주를 염두에 둔 행위라고 의심했지만, A씨가 돌아와 스스로 가해자임을 밝힌 정황 등을 감안하면 도주 의사를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전방 주시·안전 의무에 충실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도주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해도 피고인이 즉시 정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한 탓에 피해자에게 2차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어린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며 "유족이 평생 감당해야 할 슬픔을 헤아릴 길이 없고 피고인은 용서 받지 못했기에 죄책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4시57분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초등학교 3학년 학생 B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사고 당시 집 주차장에서부터 약 930m 구간을 만취 상태로 운전했고, 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 부근에서 좌회전하던 중 B군을 충격한 뒤 필요한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검찰은 A씨가 B군을 충격한 순간 차량이 흔들렸고 사이드미러 등을 통해 A씨가 사고를 인식할 수 있었지만 그대로 차량을 몰아 도주, 이로 인해 사고를 당한 B군이 방치됐던 것으로 봤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유족 측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예방적 효과를 고려해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측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도주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따져보기 위해 지난달 24일 사고 현장을 찾아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만취 상태로 청담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생을 차로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2.12.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만취 상태로 청담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생을 차로 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2.12.09.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현장 검증과 차량 블랙박스 녹화 내용 등을 종합해 사고 당시 A씨가 사람을 역과한 사실은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사고 현장 인근의 거주지 주차장에 들어서야 사고를 인식했다는 A씨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블랙박스에 피고인이 '아이 씨'란 음성과 함께 보이는 반응도 역과 시점과 일치한다"며 "이는 피고인이 역과 직후 물건이나 사람을 역과했음을 인식한 유력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에게 도주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A씨는 사고 후 근처 자신의 거주지로 이동했는데, 도주 의사가 있었다면 발각될 가능성이 높은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고 직후 피해자 역과에 대한 미필적 인식은 있었지만 확정적 인식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이 역과한 것이 어린 학생임을 인식해가면서 감정 변화가 일어나고 이런 심리 상태는 (주거지에) 주차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과 사실을 알고 당황한 나머지 주차장 입구까지 운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A씨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되고 자신이 운전자임을 밝힌 사실과 피해자를 위한 신고를 요청했다는 점도 도주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근거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장에 돌아와 체포 전까지 현장을 떠나려하지 않았고 보안관에게 인적사항과 자신이 가해자임을 밝히고 음주 측정에도 응했다"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주가 의심되더라도 이런 정황만으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날 선고 직후 유족 측은 검찰이 항소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족 측은 "우리 아이는 돌아오지 않기에 재판부의 판결에 실망감을 금할 수가 없다"며 "고통을 겪으면서도 공판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다른 아이들이 이런 일을 절대로 겪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이며 이로 인해 피해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무서운 일"이라며 "재판 형량을 (제대로) 이루는 목표가 재발 방지라고 생각하고, 이런 측면에서 (검찰의) 항소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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