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비대면진료' 소아과 의사들, 잇단 반발…"근본대책 아냐"

등록 2023.05.31 16:00:48수정 2023.05.31 16:20:0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하루 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31일 입장문

"만성질환 한정·대면진료 연계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독감 예방접종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2.10.0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독감 예방접종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2022.10.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내달 1일 소아 초진 환자가 휴일과 야간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 도입을 앞두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들이 "근본대책이 아니다"며 잇따라 반발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 조정과 함께 비대면 진료를 급하게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연장 시행함에 따라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함께 반대 의견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를 내달 1일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해 시행할 것임을 발표하면서 휴일과 야간의 경우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18세 미만의 소아 초진 환자도 의학적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처방은 제외했지만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 되는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실상 초진 허용을 의미한다"면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 와 해결 방안 또한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어린 소아에서 발열을 포함한 급성기 증상은 문진만으로 원인 확인이 어려워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대면 진료를 통한 신체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라면서 "소아환자는 적절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진만으로는 치명적인 위험 신호들을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아 급성기질환은 적시에 치료되지 않으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이번 제도 시행에 앞서 안전성과 유효성의 철저한 검증과 대면진료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우리나라는 비대면 진료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다"면서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논의가 끝나기도 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모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를 강행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인 소아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비대면 진료의 법적·제도적 정비를 끝마친 후 세심한 검토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면서 "소아청소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질환은 접근 취약지 혹은 이동이 제한적인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만성질환으로 한정해야 하고 안전하게 진료 가능한 만성질환의 범위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와 논의를 통해 검토·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소아청소년과 장시간 대기, 응급 소아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고 등은 인력 부족 등 소아청소년과 진료 체계의 미비가 원인으로 비대면 진료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아청소년과는 성인보다 진료가 까다로운 소아의 특성상 의료 소송 위험은 큰 반면 고착화된 낮은 진료비(수가)로 전공의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이들은 "현재 소아청소년 환자와 보호자가 겪고 있는 극심한 외래진료 대기, 응급·입원진료 지연으로 인한 불편과 불안 등은 근본적으로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와 고위험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의 미비로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력이 부족해 초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는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현재 소아청소년 진료 위기를 해결하려면 비대면 진료의 성급한 추진보다 1차 의료기관 야간, 휴일 대면진료 확대와 상시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2, 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와 배후 입원진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목표로 해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정책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30일 입장문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아이들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 것은 아이들 목숨을 걸고 의사들한테 도박을 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면서 "정부가 소아 진료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현장의 전문가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고 반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