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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시스템, '혹독한 수업료' 치른 영국서 배워야"

등록 2023.06.05 06:01:00수정 2023.06.05 0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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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31년전 응급시스템 개통 직후 30명 사망

응급의료 데이터 통합 재설계…4년뒤 재개통

데이터 총괄 설계 책임자 자문위원으로 임명


[AP=뉴시스] 1992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응급의료시스템이 개통됐지만 데이터 통합 실패로 인한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구급차가 제때 출동하지 못했고 개통 직후 48시간 이내 무려 30명이 사망했다. (사진= AP뉴시스) 2023.06.05. photo@newsis.com.

[AP=뉴시스] 1992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응급의료시스템이 개통됐지만 데이터 통합 실패로 인한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구급차가 제때 출동하지 못했고 개통 직후 48시간 이내 무려 30명이 사망했다. (사진= AP뉴시스) 2023.06.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영국은 1990년대 초 응급의료시스템(런던앰뷸런스시스템) 개통 후 데이터 통합 문제로 구급차가 제때 출동하지 못해 이틀 간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보건복지 분야에서 성공 사례들을 다수 만들어냈다.

5일 의료계와 정보기술(IT)학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해외 데이터 통합 성공 사례는 영국에서 찾을 수 있다. 1992년 10월 영국 런던에서 응급의료시스템이 개통됐지만 데이터 통합 실패로 인한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구급차가 제때 출동하지 못했고 개통 직후 48시간 이내 무려 30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국가회계청이 국가 정보시스템의 성공 여부를 확인·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했고 응급의료 데이터 재설계에 착수했다. 영국은 4년 뒤인 1996년 1월 새로운 응급의료시스템 재개통에 성공했다.

국내 1호 전산학 박사이자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분야 최고 권위자인 문송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데이터 통합 재설계가 결국 전화위복이 된 셈"이라면서 "런던응급의료시스템 개통 직후 사고를 통해 얻은 교훈이 현장에 잘 반영돼 영국 보건복지 분야에서 성공사례들이 후속으로 다수 나왔다"고 말했다.

지역병원 진료기록 전국 공유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지역병원 진료기록 전국 공유 시스템은 2019년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보건복지 분야 국가정보시스템이다. 문 교수는 "2011년 실패한 헬스케어 국가정보시스템을 재설계한 것"이라면서 "영국이 자랑하는 성공적인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영국은 런던응급의료시스템 사고 후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감시체제를 갖춰 정부 주도로 정보기술서비스관리(ITSM) 틀을 제정해 민간에서도 준수하도록 유도했다.

영국은 데이터가 국내총생산(GDP)의 4%나 차지할 정도로 경제활동의 중요한 생산요소로 사용되는 흐름에 주목해 2019년부터 과학혁신기술부 장관과 별도로 디지털부 장관을 임명해 '국가 데이터 전략'도 맡기고 있다. 초대 디지털부 장관인 올리버 다우든 장관은 리시 수낙 총리를 보좌하는 부총리로 지난 4월 승진했다.

우리나라도 영국, 미국처럼 보건복지·국방·과학기술 분야 데이터 전체를 총괄 설계하는 '국가데이터최고책임자(Chief Data Officer)'를 임명해 국가정보시스템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교수는 "국가데이터최고책임자는 보통 자문위원으로 임명된다"면서 "앤서니 파우치 전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크리스 휘티 영국 정부 최고의료책임자, 짐 그레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세계 컴퓨터 박사 1호 같은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국가자문위원으로 봉사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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