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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통합' 불 붙었지만…'담대한 혁신' 나올 수 있을까

등록 2023.06.02 19: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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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30 흥행했지만…구성원 반발도 계속

중요한 것은 '담대한 혁신' 도출…졸속통합 우려

"정부가 책임 떠넘긴 선택과 집중…지원책 필요"

[서울=뉴시스] 교육부는 전날인 5월31일 오후 마감한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신청서 접수 결과 신청 가능 대학 166곳 중 108곳(65.1%)이 참여했다고 1일 밝혔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교육부는 전날인 5월31일 오후 마감한 '글로컬대학30' 예비지정 신청서 접수 결과 신청 가능 대학 166곳 중 108곳(65.1%)이 참여했다고 1일 밝혔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촉매로 지방대학의 자발적 통·폐합 논의에 불이 붙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 이후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융합으로 상승(시너지) 효과를 내기 보다는 '한 지붕 두 가족'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가 없지 않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통합을 전제로 지원한 부산대와 부산교대의 경우, 동문과 교원단체 등 교직사회의 반발이 여전하다.

부산교대 학생들은 부산대 사범대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지난달 24~25일 동맹휴업을 벌였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 98%가 반대한 통합에 의견을 묻지 않고 추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반발의 배경에는 전문적 교원양성기관이라는 교대의 위상이 종합대학의 한 단과대학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교대 총장은 "길게는 100년 이어온 목적형 교원양성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통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우려가 클 것"이라며 "구성원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맞물려 광역시도를 기반으로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인데, 교원양성기관은 법 체계상 국가 차원에서 정원을 관리하도록 돼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개별 대학이나 광역시도가 나서서 할 문제가 아닌데 정부가 책임을 떠넘겼다는 주장이다.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지난달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연산역 7번 출구에서 부산대학교 사범대와 통폐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 대학 사업 추진에 반발한 부산교육대학교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2023.06.02. kwon97@newsis.com

[부산=뉴시스] 권태완 기자 = 지난달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도시철도 연산역 7번 출구에서 부산대학교 사범대와 통폐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 대학 사업 추진에 반발한 부산교육대학교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2023.06.02. [email protected]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대학 통합 논의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을 공고한 지 한 달 반 만에 27곳이 13곳으로 합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여년간 대학 통합 사례는 30건이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기획서 중 최대 10건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원서가 받아들여진 대학은 108곳으로 경쟁률만 10.8대 1에 이른다.

물론 통합을 공약한 대학들은 내년, 내후년에도 글로컬대학30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대와 부산교대를 비롯해 충남대-한밭대 등 구성원들이 통합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반발이 표출되지 않더라도 학교법인이 다른 사립대, 국립대와 공립대, 또 일반대와 전문대의 통합은 구성원들을 설득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학본부는 어디에 둘지, 이름은 뭘로 할 지, 처우와 흡수되는 캠퍼스의 육성 방안 등 쟁점이 산더미와 같다.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예컨대 국립대와 도립대가 합치면 설립유형은 어떻게 될 지도 의문"이라며 "국가 공무원이 지방 공무원으로 바뀔 수 있는데 직원들이 불이익이라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통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대가 통합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학(글로컬)으로 성장할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지다.

기존의 통합이 곧 성장과 생존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아니라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뉴시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2월 6일 오후 서귀포시 하원동 소재 옛 탐라대학교 부지를 찾아 제주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022.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 2월 6일 오후 서귀포시 하원동 소재 옛 탐라대학교 부지를 찾아 제주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022.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08년 통합한 제주대와 제주교대의 사례도 다른 교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실패'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히 대학 간판만 합쳤을 뿐 본교와 기존 교대 캠퍼스의 거리가 멀고, 흡수된 대학 구성원들에게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2012년 옛 탐라대와 제주산업정보대학이 합쳐져 출범한 제주국제대는 지난 2018년부터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 명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단에 들면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이 제한된다.

옛 탐라대 부지는 제주도가 매입했으나 수년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올해 발표한 기본구상에 따라 핵심기술 연구단지인 가칭 '하원테크노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부지 면적만 30만4771㎡, 매입액은 415억여원이다.

이를 두고 그간 대학가에서는 정부나 광역시도 차원의 생존 구상 없이 학령인구 절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땜질식 통합'의 결과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참여정부 '대학 구조개혁 방안'(2004년), 이명박 정부 경영부실대학(2009년) 및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2010~현재), 박근혜 정부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2014년), 문재인 정부 '기본역량진단' 등 역대 정부의 정책도 하위권 대학 퇴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정의당 의뢰로 낸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정부 주도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 추진된 후인 2021년 대학 입학정원은 지난 2003년 대비 18만명(27.7%) 줄었다. 감축 정원의 80.6%가 지방대, 71.6%가 전문대에 집중됐다.

같은 기간 대학 입학정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33.7%에서 39.2%로 높아졌다. 고려대, 연세대 등 한 해 입학정원이 2000~4000명대에 달하는 서울 대규모 사립대의 경우 10.7%를 줄이는 데 그쳤다.

수험생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 정원 비중은 늘어났고 지방대는 줄었으니 지방대 위기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된 것은 예상된 결과였다는 것이다.

[세종=뉴시스] 대학교육연구소가 정의당 의뢰로 낸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 보고서 중 '2003∼2021년 대학 입학정원 감축 현황' 표. (자료=대학교육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2023.06.0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대학교육연구소가 정의당 의뢰로 낸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 보고서 중 '2003∼2021년 대학 입학정원 감축 현황' 표. (자료=대학교육연구소 홈페이지 갈무리). 2023.06.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컬대학30 사업은 과거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 방식과 차별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방대가 통합을 비롯한 혁신을 약속하면 5년간 국고 1000억원을 지원한다. 자발적 구조조정 유도책이라는 이야기다.

정부가 책임을 대학에 넘겼을 뿐 위기에 대처하기 급급한 '땜질'이라는 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글로컬대학30은 명백하게 선택과 집중에 기초한 재정지원사업"이라며 "이는 그간 고등교육(대학) 정책의 기본적 기조였으며 지방대학을 전멸의 위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급격히 감소할 것이고, 대학들은 쫓기는 입장이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졸속적으로 통합을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방대가 정원 감축의 부담을 짊어지지 않도록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과 줄어드는 등록금 수입을 보전하는 재정 지원 등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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