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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직무정지 가처분 기각 왜…법원 "정치의 영역"

등록 2023.06.06 07:00:00수정 2023.06.06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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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직 유지 이재명 측 손 들어줘

"당원 권리 침해라 단정하기 어려워"

이준석 '비대위 정지' 가처분도 기각

"법원, 정당 자율적 의사결정 존중 뜻"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6.05.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06.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권리당원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간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해온 법원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김우현)는 지난 2일 시사유튜브 '백브리핑' 운영자 백광현 등 민주당 권리당원 325명이 이 대표를 상대로 낸 직무정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를 지난 3월22일 불구속 기소했으나, 민주당은 기소 당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 대표 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 1항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규정했으나, 3항에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 의결로 달리 정하도록 하는 예외규정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가처분을 제기한 권리당원들은 이재명 대표 취임 후인 지난해 8월 당헌을 개정해 예외규정을 추가한 것이 정당민주주의에 반하므로 무효라는 주장을 폈다. 또 이 대표 예외를 의결할 때 당무위 서면 출석을 허용한 것도 절차에 위배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본안 판결 이전에 즉시 그 직무에서 배제하여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자(권리당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욱이 법원 가처분 기각을 판단한 배경을 보면 향후 본안소송에서도 이 대표 쪽 손을 들어주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당헌 80조 3항의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당무위의 정치적 의사결정의 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또 "채권자(권리당원)들이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의결이 헌법상 정당민주주의를 위반하고 당원들의 정당한 권리와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2.09.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심문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2.09.28. [email protected]



법원이 정당의 결정을 뒤집는 판단을 내리는 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성접대 무마 의혹' 관련 징계 처분을 받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의 당원권 정지로 출범한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상대로 낸 효력 정지 가처분이 최종 기각됐을 때도 유사한 판단이 나왔었다.

재판부는 첫번째 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뒤 국민의힘이 비대위 출범 관련 당헌을 개정해 재차 정진석 비대위를 꾸린 것에 대해선 "효력을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당이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당헌으로 대의기관의 조직 및 권한을 어떻게 정할지는 정당의 자유의 영역"이라며 "정해진 당헌을 적용하는 경우와 달리 정당에 광범위한 형성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재명 대표의 직무정지 예외를 인정하는 근거가 된 당헌 개정을 민주당의 재량으로 본 법원의 판단과 궤를 같이하는 셈이다.

법조계에선 겉보기에 정당의 의결 과정에 하자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도 그 문제가 크지 않는 한 사법적 판단를 자제해온 법원의 경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법무법인 이김의 김연기 변호사는 "법원은 정당의 자율성을 존중해 정당의 의사결정에 대해 사법심사를 자제해왔다"며 "정당의 당헌이 적법하게 개정됐다고 보는 이상 이 당헌에 따른 결의 역시 하자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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