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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가을 야구, 너나 가라? 이상한 4위 쟁탈전

등록 2014.08.25 14:00:32수정 2016.12.28 13: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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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양상문 감독이 6회말 1사 1,3루 상황 대타 로티노의 타구 때 타자가 홈 송구를 방해했다고 심판에게 판정 어필을 하고 있다. 2014.08.2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0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LG 양상문 감독이 6회말 1사 1,3루 상황 대타 로티노의 타구 때 타자가 홈 송구를 방해했다고 심판에게 판정 어필을 하고 있다. 2014.08.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프로야구 4위 싸움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마지막 한자리를 두고 무려 6개 팀이 달려들었다. 사상 유례없는 막차 쟁탈전이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그렇다고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양은 많지만 질은 떨어진다. 올해 4위팀은 5할 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으로 가을야구 진출 티켓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동반 추락에서 야기된 ‘지키기’와 ‘끌어내리기’의 무한반복 또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프로야구 순위표의 특징 중 하나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양분이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64승2무30패·이하 모든 기록은 8월20일 기준)가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구축하며 4연패를 예약한 가운데 넥센 히어로즈(61승1무40패)가 지난해 막판 실수를 교훈 삼아 플레이오프 직행에 바짝 다가섰다. 김경문(56) 감독과 함께 하고 있는 막내 구단 NC 다이노스(56승44패)는 1군 데뷔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전에 뒀다. 이들 3개팀이 내려올 확률은 극히 낮다. 3개팀의 포스트시즌행은 기정사실화로 여겨진다.

 수상한 것은 그 다음부터다. 현재 4위는 두산 베어스로 44승51패를 마크하고 있다. 두산과 NC의 승차는 9.5경기나 된다. 선두 삼성으로 범위를 넓히면 무려 20.5경기로 늘어난다. 이는 단순 승수로 환산할 경우 41승이나 모자란 수치다. 지난해 순위표에서는 1위 삼성(75승2무51패)과 4위 두산(71승3무54패)은 3.5경기차에 불과했다. 그러나 상하위권이 극명하게 갈린 올해에는 1위와 4위의 격차가 20경기 이상 벌어진 채 시즌이 끝날 공산이 커졌다. 자칫하다가는 2001년 4위를 차지했던 한화 이글스(61승68패)의 단일리그 역대 최저 승률(0.473) 포스트시즌행 기록까지 새롭게 쓰일 판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평화로운 상위권과는 달리 하위권은 말 그대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두산 밑으로 나머지 팀들이 모두 촘촘하게 몰려있다. LG 트윈스(46승1무56패)가 반 경기 뒤진 5위에 랭크돼 있고 롯데 자이언츠(45승1무54패) 또한 반 경기 부족한 6위로 경쟁을 지속 중이다. KIA 타이거즈(44승55패)는 롯데에 1경기차로 따라 붙었다. 이들의 순위는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재 순위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시즌 막판까지 이 같은 구도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들 4위 자리에 혈안이 된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은 ‘가을야구 진입’이라는 공통된 목표로 묶여있다. 어찌됐든 4위 안에만 들면 최종 챔피언이 될 기회는 존재한다. 상위권 팀들과의 승차가 얼마나 벌어진 채 페넌트레이스를 끝냈는지는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하지 않다. 반면 5위는 9위와 마찬가지로 그저 포스트시즌에 못간 팀으로 기억될 뿐이다. 다들 이런 이유로 4위를 노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조금 의아한 것이 사실이다. 4위 경쟁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는 ‘네가 가라, 4위’다. 한 야구인은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들의 하향평준화를 빗댄 웃을 수 없는 우스갯소리들이다.   스타트는 롯데가 끊었다. 전반기를 4위로 마친 롯데는 후반기 21경기에서 5승16패에 그쳤다. 계투진의 붕괴와 외국인 선수 루이스 히메네스(32)의 태업 논란으로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크게 늘었다. 선발 투수와 타선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부분이 없다. 물론 롯데의 행보만을 두고 ‘막장 드라마’라는 조롱이 나온 것은 아니다. 롯데가 연일 무기력한 경기로 패배를 쌓는 사이 수차례 4위 탈환 기회를 잡았던 경쟁팀들 또한 미끄러졌다. 오히려 우천으로 취소된 날 순위가 상승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3할에 못 미치는 승률로 롯데가 한 달 가까이 자리를 지킬 수 있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들이 물고 물리는 사이 하위권을 예약한 듯 했던 8위 SK 와이번스(43승56패)와 9위 한화 이글스(39승1무58패)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레이스에 합류했다. SK는 후반기 들어 뒷문이 강화되면서 마지막 스퍼트에 나섰고 최하위만 피하자던 한화 역시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자만과 포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4강 싸움 성패는 시즌 종료 후 감독들의 자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6개 팀에서 사령탑 유임이 확실시 되는 이는 LG 트윈스 양상문(53) 감독뿐이다. 지난 5월 LG에 입성한 양 감독은 계약기간 3년6개월 중 이제 6개월을 보냈을 뿐이다. 최하위에 머물던 팀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대성공으로 봐야한다. 입지에 영향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나머지 사령탑들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우선 KIA 선동열(51) 감독과 SK 이만수(56) 감독, 한화 김응용(73) 감독은 임기가 올해까지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지난해에도 4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이만수 감독을 제외한 두 감독은 임기 내 포스트시즌을 경험조차 못했다. 자연스레 4강행 여부가 재계약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로 떠오른 모습이다. 계약기간 1년을 남긴 롯데 김시진(56) 감독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롯데는 김 감독 영입 당시 우승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만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중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친다면 자리를 보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이번 4위 싸움은 절실하다. 현대 유니콘스와 넥센 히어로즈 재임 기간 등 6년 간 한 번도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성난 롯데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유일한 외국인 타자가 태업 모드에 돌입하는 등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사령탑 데뷔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두산 송일수(64) 감독 역시 계약기간과는 관계없이 불안한 위치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다. 두산은 불과 1년 전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까지 내친 팀이다. 다시 한 번 칼을 꺼내드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그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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