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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량 '3분의1' 인공지능 CT로 간암진단 가능"

등록 2022.09.20 15:03:47수정 2022.09.20 15: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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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고대구로병원·독 튜빙겐대병원 다국적 임상

인공지능 결합 저선량CT, 간암 의심환자 간암진단 입증

"기존 대비 방사선량 약 3분의1 사용…방사선 위해 줄여"

"임상 결과, 판독 필요한 화질·간암 진단능력 차이 없어"

[서울=뉴시스]이동호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기존 대비 3분의1 방사선량만을 사용하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간암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국적 임상시험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 백영미 기자) 2022.09.20

[서울=뉴시스]이동호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기존 대비 3분의1 방사선량만을 사용하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간암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국적 임상시험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진= 백영미 기자) 2022.09.20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기존 대비 3분의1 방사선량만을 사용하는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간암을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국적 임상시험 결과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동호 교수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안오세아니안 영상의학 학술대회(AOCR 2022)'와 '제78차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KCR 2022)'에서 서울대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 독일 튜빙겐대병원이 지난 3년간 다국가 임상시험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이같이 첫 발표했다.

이 교수는 간암이 의심돼 CT 검사가 필요한 환자 150명에서 기존 방사선량을 사용하는 CT와 '딥러닝이 결합된 저선량 CT'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판독에 필요한 화질 뿐 아니라 판독의의 간암 진단능력 면에서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딥러닝이 결합된 저선량 CT란 선량을 대폭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저선량 CT 못지않게 판독에 충분한 고품질 영상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임상시험에서 사용한 기존 복부 CT검사의 방사선량은 10~15mSv인 반면 저선량 CT의 방사선량은 3~5mSv 로, 기존 대비 약 33%의 방사선량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중 74명에게서는 악성병변이, 30명에게서는 양성병변이 발견됐는데, 병리와 영상검사로 최종 확인한 결과 기존 방사선량 CT와 딥러닝-저선량 CT의 정확도는 모두 95.8%로 동일했다.

이 교수는 “복부질환, 특히 간암 환자는 여러 해에 걸쳐 지속적으로 CT 검사를 받게 돼 방사선 위해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CT에 사용하는 방사선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진단능력이 나타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임상시험을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다국가 다기관 연구로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3년간 진행됐다. 실제 임상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해 신뢰도가 높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는 간세포암 환자가 많지만, 서구에서는 전이암 환자가 많다는 사실을 연구에 반영해 진단능력을 확인했다. 또 국내와 서구 환자 간 비만도가 다른 점을 반영해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국내에서는 일반 체중군 환자를 모집하고 독일에서는 비만환자군을 모집했다. 허리둘레에 따라 CT 촬영에 필요한 방사선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국내와 서구에서 적용하는 방사선량 범위가 각기 달라서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클라리파이의 '딥러닝 저선량 CT 영상처리' 기술은 앞서 흉부 CT에 적용했을 때 저선량 흉부 CT에서 방사선량을 10분의1만 사용해도 진단에 필요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술을 복부 저선량 CT에 적용해 진단 성능을 임상시험으로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클라리파이에 따르면 복부 저선량 CT는 흉부 저선량 CT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 폐는 대부분 공기로 차 있어 CT 영상에서 병변의 구별이 쉽고, 저선량에 따른 영상의 흐릿함과 잡티를 제거할 때도 영상이 왜곡될 위험이 비교적 적다. 반면 복부는 연부조직으로 차있어 정상조직과 병변 간 구별이 어려워 영상의 흐릿함과 잡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작은 종양 병변까지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이번 임상시험의 총괄 책임자인 이정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복부 CT 검사는 복부 암 진단에서 중요한 임상적 가치를 제공하지만, 암환자의 추적검사 과정에서 CT 촬영 횟수가 수십 번에 이르기도 해 방사선 위해를 줄이는 것이 세계적으로 큰 숙제”라면서 “기존 CT 기술의 한계로 복부 저선량 CT 임상도입이 미뤄져 왔는데, 이번 다국가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복부 저선량 CT 도입이 앞당겨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2020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 당 20.6명으로, 폐암(36.4명)을 뒤따르고 있다. 특히, 사회에서 한창 활동할 나이인 40~50대에는 간암이 암사망율 1위이기 때문에 간암에 의한 사회경제적인 타격이 매우 크다. 5년 생존율 역시 37.7%로, 전체 암 생존율(70.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에는 인구의 5%에 달하는 40만 명의 간염환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간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감시검사 대상이 된다. 감시 검사 단계에서는 6개월마다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한다. 1cm 이상의 결절이 발견되면 복부 조영증강 CT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통해 간암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간암의 치료법으로는 간절제술 혹은 간이식 등 수술 치료 뿐 아니라 고주파 열 치료술(RFA)과 간동맥 화학 색전술 같은 중재적 시술법, 표적 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약물요법이 있다. 보통 초기 암의 경우 수술치료 또는 고주파 열치료가 시도되고, 중기 암의 경우 간동맥 화학 색전술, 진행성 암에서는 약물요법이 선택된다.

클라리파이 제품을 사용 중인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클라리파이 제품을 쓰면서부터 화질이 나빠 판독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어졌다”면서 “선량을 낮춘 CT 검사에서도 CT제조사의 기준 화질보다 더 선명해 판독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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