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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 승객 급감해 8천억 보조…'수요응답형' DRT 도입해야"

등록 2024.03.27 10:10:09수정 2024.03.27 1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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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T, 수요 따라 운행 시간·횟수 등 탄력적 운영 형태

"시민 요구 다양해졌지만 버스 서비스 수준 떨어져"

"자율 주행 발전하면 DRT가 서울 주요 교통 수단"

"기존 운수사업자들과 상생·협력 모색할 필요 있다"

[서울=뉴시스]출퇴근 맞춤형 DRT 도입 후보 노선 구간. 2024.03.27. (사진=서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출퇴근 맞춤형 DRT 도입 후보 노선 구간. 2024.03.27. (사진=서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버스 승객이 급감하면서 서울시가 버스 회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8000억원대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산하 연구 기관이 수요응답형 이동서비스(DRT)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상연 연구위원 등 서울연구원 미래공간연구본부 도시교통연구실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서울시 수요응답형 이동서비스(DRT) 도입 방안' 보고서에서 DRT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ation)란 운행 계통과 운행 시간, 운행 횟수를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형태의 운수 사업을 뜻한다.

택시형 DRT는 파주시가 운영하는 천원택시처럼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택시 이용 요금을 보조해주는 방식이다. 버스형 DRT는 호출형 합승 이동서비스다.

DRT 예약 방식은 대부분 콜전화다. 스마트폰 앱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현재 운영 중인 DRT는 모두 농어촌에 있다. 서울 같은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DRT를 운영하는 사례는 드물다.

연구팀은 버스 회사 보조금 급증으로 DRT 도입이 불가피해졌다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면서 버스 회사가 적자를 낼 경우 이를 시 재정으로 메워주고 있다. 버스 승객이 급감하면서 버스 회사 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버스 이용객은 더욱 급감했고 이에 따라 시내버스 보조금도 2019년 2915억원에서 2022년 8144억원으로 약 2.8배 증가했다"며 "교통 서비스에 대한 시민 요구는 다양해졌지만 버스 서비스 수준이 이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마을버스 역시 승객 감소로 신음하고 있다. 마을버스는 준공영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서 마을버스 회사들은 서울시로부터 손실액 중 일부만 지원 받고 있다. 연구팀은 "서울시 마을버스는 팬데믹 이후 수요가 28.6% 감소함에 따라 250개 노선 중 196개 노선이 운행 횟수를 최대 37%나 줄였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심야버스 연계형 DRT 도입 후보지. 2024.03.27. (사진=서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야버스 연계형 DRT 도입 후보지. 2024.03.27. (사진=서울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기존 마을버스 구간에 DRT를 투입해야 한다고 봤다. 연구팀은 "(마을버스) 운행 횟수가 줄면 배차 간격이 증가하고 이용객들은 더 긴 대기 시간을 견뎌야 한다"며 "해당 지역에서 기존에 운영되던 마을버스와 동일한 대수의 DRT를 운영하면 모든 이용자에게 배차가 가능하고 대기 시간은 기존 대비 3분의 1 이하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출퇴근 맞춤형 DRT도 제안됐다.

연구팀은 "출퇴근 시간 만원 버스는 흔하게 접하는 과밀 문제지만 일상적으로 반복돼 위험 불감증이 만연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대에 혼잡 구간만 운행하는 출퇴근 맞춤형 DRT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적정 혼잡 수준, 운영 지역, 요금 등에 관한 한정 면허 발급 기준을 수립하고 출퇴근 맞춤형 DRT 사업을 관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심야 DRT 역시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짚었다.

연구팀은 "서울시 심야버스 대부분은 20~30분 간격으로 배차돼 대기 시간이 길고 운영 노선이 대체로 주요 간선 버스나 지하철 노선과 비슷해 원하는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환승이나 도보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주요 심야 버스 정거장을 시종점으로 하고 주거 밀집 지역을 경유하는 DRT를 도입해 심야 버스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시키면서 운영 효율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자율 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DRT는 서울시의 주요 교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자율 주행 DRT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저렴한 요금으로 이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서울시는 자율 주행 기술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자율 주행 DRT가 도입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발굴해 시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택시와 버스 등 기존 운수사업자들이 DRT 도입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들을 설득할 방안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DRT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우선 버스나 택시업계와의 상생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거 심야콜버스 등 새롭게 등장한 교통 서비스들은 기존 운수사업자들과 갈등으로 실패했다"며 "DRT 또한 같은 수순을 밟을 우려가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기존 운수사업자들과 상생과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령 버스 사업자들에게는 적자 노선을 DRT 운영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초기 도입 비용을 지원하고 택시의 경우에는 고급화와 안전한 합승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운수 사업 전반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DRT 한정 면허를 기존 운수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발급함으로써 DRT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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