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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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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세계]곳곳서 터지는 아우성…돈맥경화 풀어라

돈맥경화 어떻게 풀 것인가
한은, 직접 소방수 등판해야

등록 2020.04.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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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세계]곳곳서 터지는 아우성…돈맥경화 풀어라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항공, 자동차 등을 비롯해 조선, 반도체 등 업종을 망라하고 기업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생산투자수출이 고꾸라지는 등 전례없는 실물경제 충격에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막혀 고사 위기에 내몰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무너지는 기업들을 되살려 코로나 충격을 딛고 일어서려면 과감한 유동성 공급 정책으로 '돈맥경화'를 뚫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4~12월중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규모는 20조6000억원, 기업어음(CP) 규모는 15조4000억원 등으로 모두 36조원이다. 이중 2분기에 회사채 8조9000억원, CP 11조4000억원 등 20조3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으려면 기업들은 새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금융안정대책을 내놓고, 한은이 사실상 '한국판 양적완화'에 돌입하면서 극도로 경색됐던 자금시장의 급한 불씨는 꺼뜨렸다. 정부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 등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해 한도가 없는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들어갔다. 사실상 무제한으로 자금을 풀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RP매매 대상도 넓혔다. 국채와 정부 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 등에서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나는 금융기관들의 담보여력만 최소 3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을 비롯해 사상 처음으로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회사채를 담보로 특별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 16일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에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 이상)를 담보로 최장 6개월 이내로 대출해주는 '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은행이 아닌 곳에 한은이 대출을 해준건 1997년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한은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처럼 직접 자금시장의 불을 끄는 '소방수'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 발권력을 갖고 있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들이 '흑자도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데 이어 대출기관 3곳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직접 사들여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은 여전히 회사채나 CP 직매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은법 제68조에 따르면 공개시장에서의 매매대상 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 같은법 79조상 한은의 민간 발행 채권 매입은 금지돼있다.  회사채를 직매입하려면 법을 개정하거나 정부가 보증에 나서야 하다는 논리다.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법상 권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불안요소가 급격히 증가할 때 정책당국은 신속히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시킬 필요성이 있다"며 "CP·전단채 매입을 위해 재원조달 방식을 보다 과감하게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금융기관보다는 미국처럼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CP매입 등의 재원을 공급하되, 신용위험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기금을 마련하고 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CP 등에 신용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