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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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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세계]유통名家, 온라인으로 보폭 확대…빨라지는 DT

등록 2020.04.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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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롯데그룹의 7개 온라인쇼핑몰을 한 데 모은 롯데온이 이달 말 대대적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서울=뉴시스] 롯데그룹의 7개 온라인쇼핑몰을 한 데 모은 롯데온이 이달 말 대대적 출범을 앞두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제공)

[서울=뉴시스] 김정환 기자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홍모(72·여)씨는 이따금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켜고 쿠팡 어플리케이션에 접속한다. 다음날 먹을 고기와 생선, 과일 등 식자재를 주문하기 위해서다.

홍씨는 지난 1월만 해도 식료품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 오프라인을 고집했다. 물건을 직접 보고 사야 안심할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홍씨의 쇼핑 패턴을 뒤바꿔 놓았다.

시집간 딸들이 혼자 사는 어머니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걱정해 모바일 쇼핑을 권유했다. 홍씨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상품을 쇼핑하는 것도 어려웠고, 물건을 믿을 수 있는지도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오늘 주문하면 내일, 심지어 내일 새벽에 주문한 상품이 아파트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편리함에 그만 빠져들고 말았다. 특히 위험을 무릅쓰고 집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 고령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홍씨에게는 천만다행이었다.

이제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었지만, 홍씨는 굳이 오프라인 쇼핑을 할 생각이 없다. 온라인 쇼핑을 해 갖게 된 여유 시간에 애견과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할 생각이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디지털 전환'(DT·Digital Transformation)을 가속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온라인 쇼핑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들은 온라인으로 보폭을 확대해왔다.

여기에 지난 1월 말부터 국내에서도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로 DT는 이제 이들에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의무'가 돼버렸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월 온라인 쇼핑 동향'을 보면 DT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기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조961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5% 증가한 규모다. 상품군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103.7%, 음식 서비스 82.2%, 음·식료품 71.0%, 생활용품 52.8%, 가전·전자·통신기기 38.6% 등에서 많이 증가했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8조14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1.1%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 중 차지하는 비중은 68.1%다. 전년 동월 대비 3.5% 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해도 온라인 쇼핑 열풍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쿠팡에서 한 번도 안 사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본 사람은 없다" "쿠팡 없이 못 산다" 등 국내 e커머스 대표 기업 쿠팡을 일컫는 말이 쇼핑에서 '편리함'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드러낸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해도 세계는 달라질 것이다. 투자자들의 심리도, 산업도, 소비 행태도 달라질 것이다"고 짚었다.
 
유통기업들이 DT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유통 공룡'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이달 말 롯데쇼핑 산하 7개 온라인 쇼핑몰을 한 데 모아 '롯데온(ON)'을 출범한다.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으로까지 불리는 대규모 통합 작업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홈쇼핑, 하이마트 등을 로그인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유통·서비스·문화 등 온·오프라인 접점에서 확보한 롯데멤버스 3900만 회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퍼스널 쇼퍼' 기능을 제공한다. 1만3000여 오프라인 매장을 연동해 당일배송, 새벽배송, 주문한 뒤 1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는 바로배송 등 편리한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주문 상품을 퇴근길에 찾아갈 수 있는 '바로 픽업' 서비스도 본격화한다.

특히 기존 이커머스 기업처럼 오픈마켓 모델을 도입한다. 롯데 계열사가 아닌 개인과 법인 판매자 상품도 함께 팔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롯데온의 취급 품목(SKU)은 기존 롯데닷컴의 340만 개보다 6배나 더 많은 2000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 구색이 대폭 확대해 판매액 증가와 고객 유입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은 점차 축소한다. 올해 안에 롯데쇼핑 산하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비효율 점포 200여 개를 정리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맞수' 신세계그룹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 '쓱(SSG)닷컴'이 있다.

쓱닷컴은 정식 출범한 지난해 606억원 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종속기업  29개 중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신세계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의 세 번째 지점을 가동해 수도권 새벽배송 규모를 늘렸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쓱닷컴이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2월 쓱닷컴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6월에는 신세계아이앤씨로부터 회원 800만 명을 보유한 '쓱페이'를 양도받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를 장착한다. 불참으로 최종 결정했지만, 신세계그룹이 로젠택배 인수전에 뛰어들려고 한 것도 쓱닷컴을 키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오프라인에서는 서서히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서울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 CP4 구역을 매각했다. 처분 금액은 총 8158억원이다. 앞서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2340억에 매입한 부지로 '마곡 스타필드'를 세울 계획이었다.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주영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국내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의 패러다임이 확실히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며 "기존 e커머스 전문 기업도 그 수혜자가 되겠지만, 이미 자금력·유통망을 갖춘 유통 대기업이 DT를 통해 e커머스 기업으로 변신한다면 머지않아 이들을 능가하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