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도 모르는 '깜깜이 임대' 탈세, 국세청은 어떻게 잡아냈나
임차권 등기 않는 외국인에게 고액 월세
수억원 수입 신고 않은 임대업자 적발해
4월 고도화한 '빅데이터 분석' 기법 덕분
시세 DB·등록 자료로 걸러내…소명 요구
탈루 확인하면 가산세 부과·세무 조사도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 주택 임대 사업자 A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 고가 아파트를 외국인 세입자에게 임대했다. 소속 기업에서 고액의 급여를 받는 이 세입자로부터 A씨는 보증금을 받지 않는 대신 비싼 월세를 챙겼다. 그리고는 보증금을 내지 않은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를 하지 않은 점을 악용해 수억원에 이르는 월세 수입 전액을 신고하지 않았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0일 A씨를 포함해 전국의 주택 임대업자 3000명을 세무 검증한다고 밝혔다. 기준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거나 3주택 이상을 가진 임대업자를 전수 조사해 탈루 혐의가 나타난 경우를 검증 대상에 포함했다. 국세청은 검증 대상자 수를 2017년 1000명에서 올해 3000명까지 매년 500~1000명씩 늘리고 있다.
이번 검증 대상에는 A씨처럼 '깜깜이 임대' 탈루 혐의자가 다수 포함됐다. 임차권 미등기·확정 일자 미신고 등으로 임대료를 얼마나 받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다. 이렇게 임대료 파악이 안 되는 주택은 전체의 70%에 이른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임대주택 731만3204가구 중 국토교통부가 임대료를 파악하고 있는 곳은 207만464가구(28.3%)에 불과하다.
이에 대비해 국세청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탈루 혐의자 분석 기법을 지난 4월 고도화했다. 등록·미등록을 구분하지 않고 임대료를 과소 신고·미신고하는 업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과소 신고자를 색출하기 위해 국토부 등 관계 부처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근 주택의 시세를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국세청은 우선 임대업자가 매년 5월 신고한 종합소득세 내역 중 임대 수입을 뽑아내 주변 시세 대비 적은 임대료를 받고 있는 경우 주민 등록 자료를 살핀다. 가족 등 친·인척이 아닌 제3자에게 임대했는데도 임대료를 적게 받고 있다면 검증 대상이 된다.
A씨처럼 "임대주택을 비워놨다"고 주장하며 수입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해당 임대주택 소재지와 미신고 기간을 따진다. 지방에 있어 수요가 적은 주택이 아닌데도 장기간 비워놨다면 위 사례와 마찬가지로 검증 대상이 된다.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단지. 2020.10.14.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국세청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누군가 사는지, 산다면 누가 사는지, 임대료는 얼마를 받는지, 주변 임대료 시세는 얼마인지 등을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주민 등록 자료·주택 시세 DB 등을 이용해 교차 검증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탈루 혐의가 있는 임대업자에게는 소명을 요구한다. 탈루 혐의를 벗으려면 이 절차를 무사히 거쳐야 한다"고 했다.
국세청은 이런 방법으로 A씨의 탈루 혐의를 밝혀냈다. A씨 임대주택 세입자가 다니는 기업에서 한국 체재비 지원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임대 여부를 확인한 뒤 임대소득 탈루 여부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검증 과정에서 탈루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신고·납부 불성실 가산세를 문다. 신고 불성실 가산세율은 미신고 임대업자의 경우 납부 세액의 20%, 과소 신고자는 10%다. 납부 불성실자는 1일당 세액의 '10만분의 25'만큼을 더 내야 한다.
이는 국세청의 검증 결과를 인정하고, 고지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본인이 수정 신고하는 경우다. 승복하지 않고 탈루 혐의가 없다고 계속 주장하는 경우 국세청으로부터 세무 조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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