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6개월 만에 최고…한 달 새 1조 증가
투자자 예탁금도 60조원 육박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국내 주식시장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크게 불어나 20조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한 달새 1조원 가까이 급증하는 등 6개월 만에 최고치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용거래융자는 19조4772억원으로 한 달 전(18조5262억원)보다 9510억원 불어났다. 월말 기준 지난해 9월(19조7029억원) 이후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달 들어서도 19조원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431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9조323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잔고비율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변동성이 높은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가 9.12%로 가장 높았고,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에이텍(8.95%), 바이오 기업 HLB바이오스텝(8.91%), 친환경 자동차 부품생산업체 코리아에프티(8.75%), 잉크젯 생산장비업체 HB솔루션(8.7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종목은 시가총액 5000억원이 채 안 되는 기업들로 최근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단기간 차익 목적으로 투자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도 지난 1일 59조6299억원을 기록해 60조원에 육박했다. 2022년 6월2일(61조6321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지난 8일 기준 81조6101억원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같이 투자 심리가 살아난 건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등에 기인한다. 다만 국내 증시는 전날 휴장을 앞두고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아무래도 총선 결과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까지 확인한 이후에 대응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꽤나 강하게 작용한 듯하다"며 "증시 방향성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 이벤트를 앞두고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도,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기도 쉽지 않았지만 여전히 코스피가 2700선에 인접해서는 지지력을 재차 확인하며 강한 하방 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다면 금리 상승과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확률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발표 결과가) 시장예상치에 부합하더라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확신을 갖기에는 부족한 숫자이며 혹여나 시장예상치를 상회할 경우에는 시장에 단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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