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은행은 웃는다…가계부채 조이자 이자장사 확대
가계대출 규제하자 이자 장사 확대하며 수익 방어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올해 1분기 주요 시중은행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실적을 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지 못하자,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예대마진)를 벌리는 식으로 수익을 방어했다.
내수 불황으로 가계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수익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23일 주요 시중은행 실적 공시를 보면, 4대 은행의 1분기 순익은 2조2707억원으로 1년 전(1조8376억원)보다 4331억원(23.6%) 불었다.
다만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전년 대비 1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국민은행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딧은행(BCC) 매각에 따른 매각금액과 이연법인세 효과 등으로 1580억원을 벌었고, 우리은행은 중국 화푸빌딩 관련 대출채권매각으로 1706억원(세전)을 회수하며 순익이 껑충 뛰었다.
대형 은행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리스크 관리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도 일조했지만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의 성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이자이익은 1조1697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40억원(9.8%) 늘었다. 국민은행은 1조2642억원으로 1331억원(11.8%) 불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11억원, 439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은 당국의 압박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예대마진 등 순이자마진(NIM)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대출 등 자산을 운용해서 벌어들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국민은행의 NIM은 1.66%로 5bp(1bp=0.01%포인트), 신한은행은 1.53%로 4bp 상승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1.44%로 7bp, 6bp나 순이자마진이 올라갔다.
지난해 말부터 꿈틀 거린 시장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분위기가 겹치며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른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자율을 보면 우리은행의 경우 대출 이자율(평균)은 지난해 연말 2.96%에서 올해 1분기 3.00%로 0.04%포인트 올랐다. 반면 예금 이자율은 1.30%에서 1.26%로 되레 0.04%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따라 대출 평균 이자율에서 예금 평균 이자율을 뺀 예대금리차는 1.66%에서 1.74%로 0.08%포인트 벌어졌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예대금리차가 1.69%에서 1.75%로 0.06%포인트 확대됐다.
은행들이 대출과 달리 수신금리를 내린 이유는 단순하다.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은행으로 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실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1017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자가 거의 없어 저원가성 예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10% 이상 성장해 마진을 늘렸다. 은행들의 요구불예금 상품의 수신금리는 연 0.1%로 연 1.5% 수준의 일반예금 금리보다 15배가량 낮다.
금융권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의 수익이 나아진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성립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속에서 은행권이 차주의 부담은 외면한 채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들이 시장 변동성을 틈타 예대마진을 벌려 폭리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국가 경제의 틀에서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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