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 핵실험, '레드라인 직전'…文 대북정책 변곡점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 소회의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2017.09.01.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시 '레드라인' 턱밑…대화→강경 선회 불가피
사라진 대화 불씨…사드배치 가속화 등 최대한 압박 외엔 뾰족수 없어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북한이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중대 변곡점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규정한 레드라인에 임박하면서 '핵동결 입구론'을 뼈대로 한 대북정책에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전날 오후 3시 특별 중대보도 형태로 6차 핵실험을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월3일 12시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은 앞서 오후 12시29분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진앙 북위 41.30도, 동경 129.08도)에서 규모 5.7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당초 지진 규모를 5.6으로 발표했으나 추후 5.7로 상향 조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함경북도 풍계리 일대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에 대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추청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수소탄 시험이었다고 주장한 6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9일 정권수립일 이후 1년 만에 이뤄졌다. 이후 이뤄진 북한의 크고 작은 미사일 도발과 비교해도 차원이 다른 고강도 도발로 인식된다.
북한이 핵무기 투발 수단인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잇딴 발사(1차 7월4일·2차 7월28일)에 이어 ICBM에 탑재할 핵무기의 위력 실험을 단행한 것은 곧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떨어뜨릴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과시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직전 5차 핵실험과 비교해 위력적인 면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상청이 공개한 추정 규모(mb)에 따르면 이번 6차 핵실험의 규모는 5.7이었다. 5차 핵실험(5.0)보다 규모 0.7 정도가 높아졌다.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에 따르면 통상 5.7의 인공지진 규모가 감지되면 핵무기 50kt(킬로톤·1kt=TNT 1000t)의 위력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양의 2배 이상의 규모로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곧 문 대통령이 밝힌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과 직결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이 레드라인"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북한의 이날 6차 핵실험이 ICBM 탄두에 탑재할 용도의 수소탄의 기술 검증을 위해 감행됐고,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인내의 한계점으로 제시했던 레드라인의 턱밑까지 다다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CBM의 완성까지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의 확보 단계가 남아있지만 사거리 측면에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4형을 갖춘 점과 핵무기 소형화 기술 확보를 가늠할 수 있는 수소탄 실험까지 진행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는 평가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동결이 대화의 시작이라는 문 대통령의 '핵동결 입구론' 또한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북한의 ICBM 완성 시점을 내년 말까지 내다보고 그 사이 외교적 방법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북핵 위기를 풀어나간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대화론에서 강경론으로의 선회가 일시적인 대응이 아니라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레드라인 판단 여부와 관련해 "북한이 '완성단계 진입을 위해서'라고 얘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미뤄볼 때 아직 ICBM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아직도 (레드라인까지) 길은 남아있다고 본다"고 판단의 여지를 남겼다.
한반도 안보 문제는 동맹국의 의존에서 벗어나 당사자인 우리 주도로 해결하겠다는 이른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큰 틀에서의 대화의 기조는 유지한다는 게 청와대의 기본 인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략적 목표와 전술 단계에서의 국면대응은 분명히 다르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 도발 강도에 따라 우리의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통해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넌만큼 문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북핵해법에 있어서의 대화 카드는 당분간 꺼내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국제사회 기조에 발맞춰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직접 주재한 자리에서 "어처구니 없는 전략적 실수를 자행",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방안을 강구" 등 강도 높은 톤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미군이 보유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대북 압박 강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도발에 따라 조건반사적으로 전개했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랜서 외에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스텔스폭격기 B-2 등 미 공군의 3대 핵심 전략무기의 순차 전개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울러 전략자산은 아니지만 세계 최강 스텔스전투기 F-22A 랩터의 경우 가공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동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널드 레이건 호 등 핵추진 항공모함의 전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지난 7월 화성-14형 발사를 계기로 만장일치 통과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원유 및 석유제품의 공급차단 관련 내용이 빠졌던 만큼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새롭게 포함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외에도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완전한 배치에 대한 속도도 한층 가속화 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기상청은 3일 브리핑을 통해 이날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감지된 인공 지진은의 규모는 5.7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닌 인공지진으로 추정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은 북위 41.24도, 동경 129.04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0㎞이다. 또 기상청이 보유한 150개 지진계에서 지진파가 모두 감지됐다며 모두 인공지진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2017.09.03. (사진=기상청 제공)[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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