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강원산불]전선 불꽃→'국가재난'으로…사건의 재구성

등록 2019.04.06 01: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4일 오후 7시17분, 고성 전선주 스파크로 시작

강풍 타고 약 5시간 만에 강릉, 다시 동해까지

역대 3번째 '국가재난사태' 선포돼…1명 사망

【속초=뉴시스】김태겸 기자 = 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 현재 속초시 장천마을 일대로 번지고 있다. 2019.04.05. patk21@newsis.com

【속초=뉴시스】김태겸 기자 = 지난 4일 오후 11시46분께 강원 속초시 속초IC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속초시 장천마을 일대로 번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고성=뉴시스】고가혜 기자 = '지지직…펑!'

이틀 전인 지난 4일 오후 7시17분. 거센 바람을 타고 강원도 고성, 속초 등을 집어삼킨 화재의 시작이다. 고성 토성면 원암리의 한 주유소 맞은편 전신주에 있던 개폐기 내 전선에서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조특보와 강풍특보가 동시에 발효된 이날, 산불은 고성·속초 뿐만 아니라 강원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불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뉴시스 취재진이 지난 5일 만난 속초 장천마을의 한 주민은 잿더미가 된 집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완전히 '시뻘건 나라' 같았어요."

5일 0시9분께에는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도 각각 큰불이 시작됐고 밤새 동해 망상까지 번졌다.

산불은 삽시간에 인가까지 내려왔다. 밤 사이 고성에서 주민 2517명, 속초에서 1568명, 강릉에서는 100명이 급히 집을 떠나 인근 대피소로 이동했다.

"양말도 못 신고, 불 끄겠다고 헤매다가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맨발에 재가 묻은 채로 이렇게 왔어."

이재민 대피소는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밤 사이 천진초등학교 대피소 인근까지 산불이 내려와 다시 다른 대피소로 이동하는 일도 있었다.

【인제=뉴시스】한윤식 기자 = 5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산불현장에 투입된 산림청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04.05.  nssysh@newsis.com 

【인제=뉴시스】한윤식 기자 = 지난 5일 오후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산불현장에 투입된 산림청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9.04.05. [email protected]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전국에서 870여 대의 소방차와 77대의 산림청 산불 진화차가 투입됐다. 그러나 밤 사이에는 바람이 너무 강해 진압 작업을 진전시키지 못하다가 날이 밝고 헬기 57대도 투입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5일 오후 기준 강원도 외 다른 지역에서 파견된 인력 2600여명을 포함해 투입된 소방 인력만 3300여명에 달하고 공무원과 산림청 진화대, 소방인력과 군부대, 경찰, 국립공원 공단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1만7000여명에 달한다.

6일 강원도 동해안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강원도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전날 오후 4시를 기해 대부분 꺼졌다.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로 번진 산불은 5일 오전 9시37분을 기해 100% 진화에 성공했다. 강릉 옥계에서 시작돼 동해 망상으로 번진 산불은 오후 4시에 진화율이 70%였으며, 인제 남면에서 시작해 이틀째 이어진 산불은 같은 시간 기준으로 80%의 진화율을 나타냈다.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고성·속초 250ha, 강릉과 동해 250ha, 인제 25ha로 각각 추정된다. 전체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1명이며 주민 4634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망자인 50대 김모씨는 4일 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최초 산불 발생 현장 인근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고성에 거주하는 지인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속초에서 이동하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를 고성 인근 병원으로 안치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화재발생 초기에 당국은 화재원인을 변압기 폭발로 봤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전선수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서 스파크가 생기면서 주변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5일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서 산불 피해로 집과 비닐하우스, 축사를 잃은 김명곤(70) 할아버지가 멍하니 앉아있다. 2019.04.05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지난 5일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서 산불 피해로 집과 비닐하우스, 축사를 잃은 김명곤(70) 할아버지가 멍하니 앉아있다. 2019.04.05

한전 관계자는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아와서 스파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폐기는 외부 요인이 없다면 기술적으로 폭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날 오전 9시부로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일원에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재난사태가 선포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이번 강원 고성·속초·강릉·인제에서 발생한 산불은 역대 6번째로 규모가 큰 '재난성 산불'로 파악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강원도 고성·속초 일대를 휩쓴 산불 현장을 직접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오후 3시40분께 강원 고성군 토성면사무소에 마련된 현장대책본부를 방문해 부처 관계자들로부터 인명 피해 및 진화 작업 상황 등을 10분간 보고 받았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이재민 임시 주거 시설인 천진초등학교를 찾아 이재민들을 위로한 뒤, 화재 피해가 가장 큰 동네 중 한 곳인 장천마을을 찾아 산불 피해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