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전 남편 살해' 고유정 막바지 보강 수사…내일 檢 송치
시간 갈수록 늘어나는 계획범죄 정황
범행 동기는 '아직' 경찰 수사 한계도
사건은 검찰로…심경변화 가능성 주목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신상공개가 결정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36·여)이 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06.07. [email protected]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계획범죄 정황에도 고유정이 '우발적 범죄'를 주장하며 관련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어 범행의 전말을 밝히는 동기 파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1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는 사건 검찰 송치를 하루 앞두고 이른바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증거는 충분…범행 동기는 '아직', 경찰 수사 한계
경찰은 그동안 범행 전후로 고유정이 곳곳에 남긴 계획범죄 정황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계획범죄 정황은 차고 넘친다. 고유정은 범행 전 자신의 휴대전화로 '니코틴 치사량'과 각종 살해 도구를 검색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유정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종량제 봉투, 표백제 등을 구입했다. 흉기는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됐다.
이후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범행 이틀 뒤인 같은 달 27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피해자 휴대전화로 알리바이를 꾸미는 조작 문자를 자신에게 전송했다. 휴대전화는 고씨 차량에서 나왔다.
이튿날 오후 늦게 완도행 여객선을 탄 고유정은 큰 가방에 담아간 피해자 시신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배 위에서 해상에 버렸다. 선박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고씨가 약 7분가량 봉투에 담긴 물체를 바다에 버리는 장면이 찍혀있다.
여객선 안에서 고유정은 전기톱을 자신의 친정 아버지가 살고 있는 경기도 김포 소재 집으로 주문한다. 톱은 추후 고씨가 살고 있던 청주시 자택에서 발견된다.
경찰은 고씨가 주문한 전기톱을 이용해 피해자 시신을 추가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곳에서 훼손한 피해자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사람뼈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업체서 발견돼 경찰은 DNA 대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범행에 쓰고 남은 물품을 마트에 환불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10일 공개했다. 고유정이 표백제를 환불받고 있다. 2019.06.10. (사진=제주 동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email protected]
고씨는 경찰의 이 같은 추궁에 "감기 증세로 약 처방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서도 약의 사용처나 잃어버린 경위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고유정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살인은 맞지만 자기방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을 강조해 추후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고유정의 살인 정황만 밝혔을 뿐, 범행 동기에는 한발짝도 접근하지 못하고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경찰, 고씨 의붓아들 사망도 주목
경찰은 3달 전 고씨의 의붓아들 A(4)군이 석연치 않게 사망한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고씨와 재혼한 현 남편이 전처 사이에서 낳은 아이다. A군은 제주에서 지내던 중 청주에 잠시 놀러갔다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 상당경찰서는 최근 국과수로부터 숨진 아들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통보받았다.
상당경찰서 관계자는 “질식사는 외력에 의한 질식사 외에도 자다가 베개 등으로 질식사하는 경우, 영아급사 증후군 등 다양하게 있다”며 “현재 아이가 살해당했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범죄심리전문가(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A군의 사망에 큰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붓아들 사망 건에서)범죄의 혐의점을 찾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인이 또 분명한 것도 아니다"면서 "머리와 목을 가눌 수 있는 아이가 다리에 눌려 질식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제주=뉴시스】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DB)
◇검찰 가는 고유정…내밀한 동기 밝혀질까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36)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전까지 하루의 시간을 더 가지고 있지만, 고유정을 상대로 범행동기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유정이 범행 후 쓰고 남은 표백제를 마트에 환불하는 등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보통사람이라면 사람을 잔혹한 범행 후 일상적인 생활을 할 겨를이 없다"며 "평상심을 유지하는 고유정이 끝까지 범행 동기를 자세하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5명과 거짓말탐지기 등을 동원해 증거의 핵심이 될 동기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12일까지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쌍한 우리형님을 찾아주시고, 살인범 ***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경찰 수사를 통해 고씨의 잔혹하고 치밀한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나면서 청원 동의가 하루에 2만여명씩 증가하는 등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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