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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인헌고 사태에 드리워진 기성세대의 못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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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1-03 18: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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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만 18세 이상 고3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공직선거법이 통과된 이후 교육계에선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가장 큰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3일에도 성명을 내고 "학교가 정치장화 된다"며 학교 내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후속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오는 6일 선거법 교육 가이드라인를 마련하기 위한 첫 논의에 착수한다.

고3 학생 약 5만여명이 올해 처음 선거에 참여하게 된 만큼 선거법 위반 등 혼란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가이드라인만으로 '제2 인헌고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헌고 사태는 새해가 밝았는데도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전국학생수호연합'(학수연) 소속 인헌고 학생들은 3일까지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였다. 지난 2일에는 한 학생이 조희연 서울교육감에게 대화를 요구하며 교육청 내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학생들이 단순히 정치성향 때문에 과격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간 정치적으로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어른들이 보여준 모습이 다름 아닌 천막치고 농성하는 것이었으며, 광장에 모여 서로 힘대결 하는 것이 아니었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은 최근까지도 조국 서울대 교수를 법무부장관에 임명한 문재인 정부와 선거법 등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를 규탄하면서 머리를 밀고 단식하면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아이들이 '독재자'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기성세대는 당황스러워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이미 기성세대의 입에서 숱하게 흘러나왔던 말과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유한국당은 학생들의 발언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연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일에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학교가 지켜주지 못하고 교육감이 외면하는 인헌고 학생들을 우리 모두가 지켜줘야 한다"며 "정치편향 교사와 이념편향 교육감으로부터 교육현장을 지키는 일 자유한국당이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어린 학생들의 입을 빌어 정치적 경쟁자를 비판하고 견제하고자 하는 공당의 행태는 수업시간에 교사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정치편향적 발언을 서슴치 않은 교사와 다를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조희연 교육감과 인헌고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설득하지도, 제대로 품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설득하려고, 포용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행태를 답습하고 있는 아이들은 사실상 어른들의 거울이다. 따라서 어른들이 먼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배제하고, 헐뜯으며, 맞서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백약이 무효할 것이다.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한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준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밀레니얼 세대'가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인헌고 일부 학생들이 농성하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그 파열음이 더 거칠고 더 치명적인 방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이제라도 학교에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성숙한 민주시민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기성세대부터 먼저 극한 대립을 멈춰야 한다. 학교현장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쳐 중립적인 정치교육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타협' 수준의 교육체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어른답게 행동해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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