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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연예인은 기부도 눈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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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04 15:17:52  |  수정 2020-03-05 16: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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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SNS에 브이 포즈한 사진 올리지 마세요!”

연예계에 ‘신천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요즘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은 소속 연예인들 SNS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가 취소됐지만, 사진 한 장으로도 신천지예수교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브이’(V)자를 만드는 방법부터 특이하다. 검지와 중지가 아닌,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브이자를 그린다. 연예인들은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만큼, 자칫 구설에 오를 소지가 크다. 연예부 기자들의 타깃이 되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며 온 종일 ‘욕 받이’ 신세를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대구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상태다. 신천지는 “마녀사냥이 극에 달한다”고 호소했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바이러스 확산의 매개가 됐을 뿐 아니라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대구지역 신천지 교인 1만914명 중 4527명(41.5%)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약 62%인 2792명이 양성으로 확인됐다. 3일 기준 2162명이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나머지 4225명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다.

사회적인 비난이 거센 상황 속에서 ‘신천지 연예인은 누구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은 ‘코로나19 포비아’ 현상을 부추긴다. 연예인들에게 불똥이 튀어 애꿎은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천지교회 연예인들’이라는 제목의 ‘지라시’가 급속도로 퍼졌다. 리스트에는 MC 유재석을 비롯해 개그맨 정형돈, 영화배우 이병헌, 한가인, 한효주, 탤런트 이동욱과 신세경, 문채원, 정려원, 손담비, 박하선, 그룹 ‘씨야’ 출신 남규리, ‘카라’ 출신 강지영, 가수 아이비, 테이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신천지 루머 관련 법적대응을 시사했다.

탤런트 이시언은 지난달 27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만원을 전달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톱스타들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5억원 정도 기부하는데 비해 금액이 턱없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모델 변정수는 SNS에 손소독제 판매 글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다. 대중들은 ‘코로나19의 불안감을 이용해 수익을 내려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다.

농구스타 서장훈은 자신이 보유한 서초동, 흑석동, 서교동 건물 3곳에서 요식업을 하는 세입자에게 2개월간 임대료 1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지난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성금 1억원을 전달했으며, 평소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아 ‘착한 건물주’로 불릴 정도다. 하지만 가수 비와 김태희 부부가 한달간 자신의 건물 임대료를 각각 50% 인하한 것과 비교하며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기부하고도 욕을 먹는 세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기부하는 자체만으로 박수 받기 충분한데 말이다. 연예인을 향한 사회적 기대치가 높은 탓에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내일(5일)부터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한다. 지난달 19일 “연예인 인격권 침해 문제에 책임을 공감한다”며 구조적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댓글을 잠정적으로 닫고, 연관검색어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은 지난해 10월31일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했으며, 지난달 20일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종료했다.

요즘은 대중들이 스스로 뉴스를 만들어 유포하는 시대다. 포털이 가짜뉴스와 비방성 기사 필터링을 강화해도 SNS를 통해 확산되는 루머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코로나19 관련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대중들의 자중이 필요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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