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10.7조 투입…시총 1%로 시장 움직일까
정부, 10조7000억 규모 증시안정펀드 투입
전문가들 "시장 안정화 조치일뿐…주가 반등 기대 말아야"
"연기금이 추매한다면 상황 더 호전될수도"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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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증안펀드가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기금이 증안펀드 집행에 따라 추가 매수하는 레버리지 효과나 정부의 시장 안정화 의지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효과 등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5대 금융지주, 18개 금융회사 등과 함께 증안펀드를 총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펀드 출자금액에 대한 건전성 규제 비율을 완화하고 투자손실 위험 경감을 위한 세제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
이번 펀드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모집해 코스피200 등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에 투입한다. 1차 캐피탈 콜 규모는 약 3조원 내외로, 내달 초부터 투자를 개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0.03.24. [email protected]
이번 증안펀드 10조7000억원은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998조4500억원·23일 기준) 대비 약 1% 수준으로, 즉각 모든 자금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1%의 지수 상승을 이끄는 데 그친다.
약 4조원의 증시안정기금이 투입된 1990년 당시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85조원 수준이었던 반면 현재 코스피 시총은 1000조원에 달한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만에 1조원가량을 순매도하기도 해 증시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서만 10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증안펀드로 조성되는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0조원가량 투입해야 본래 취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1990년대 증안기금 때보다 시총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이 정도 자금이 투입됐어야 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주가지수가 다른 거시경제 지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어 더 큰 규모를 편성했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든 국내든 주가지수는 기업에 직접적 타격을 주진 않지만 소비자심리지수와 동일하게 움직이는 등 거시지표에 영향을 미친다"며 "또한 주가 안정이 역으로 기업 펀더멘털 안정에 영향을 주기도 해 현 상황이 워낙 위중한 만큼 증안펀드를 더 큰 규모로 편성해야 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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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전문가들은 증안펀드 규모가 시가총액 규모와 비교해 크지 않은 만큼 주가 반등을 위한 기대감을 키우기보단 '서킷 브레이커'와 같은 증시 안정화 조치로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증안펀드의 자금 집행이 이뤄질 때 연기금이 추가 매수에 나서는 레버리지 효과와 시장의 심리를 개선하는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떨어지는 증시 상황 속에서 시총의 1% 수준으로 주가의 상승 반전을 이룰 수 없다"며 "증안펀드는 주가 부양이 아닌 하락폭을 잠시 늦추는 시장 안정화 장치로, 이 정도 규모라면 안정화를 위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자금 투입을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며 "정부가 인위적인 주가 부양에 나설 시 추후 후유증이 올 수 있어 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되 지나친 투매를 막기 위한 장치로 이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안펀드가 집행이 될 때 '시그널링 효과'가 있어 10조원보다 큰 수급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증안펀드 투입 때 연기금이 뒤따라 나오며 레버리지 효과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이 다른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 자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때문에 규모를 무작정 늘릴 수 없다"며 "금액을 지나치게 큰 규모로 잡으면 추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근창 센터장은 "이번 기금이 큰 힘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시장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며 "시장이 빠지면 대응한다는 것이지만 이 증안펀드 금액으로 큰 효과를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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