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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승훈 "음악은 4분의 미학 짧기 때문에 더 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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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8 08:00:00  |  수정 2020-04-13 10:01:35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 발매
'애이불비' 정서 담긴 '신승훈표 발라드'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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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승훈. (사진 = 도로시컴퍼니 제공) 2020.04.07.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애이불비' 정서를 의도하지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스며들어 있었네요."

'진달래꽃'의 김소월(1902~1934)을 대변하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가장 잘 노래한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신승훈(54)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미소 짓는 얼굴로 울고 있었지"(보이지 않는 사랑)라는 노랫말이 대변하는 것처럼, '애이불비'는 감히 신승훈의 시작점이자 마침표라 할 수 있다.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 것.

그래서 신승훈이 8일 오후 6시에 발매하는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 '마이 페르소나스'를 이야기할 때 '애이불비'를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신승훈스러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음반을 권하면 된다. 그의 분신 같은 음악들을 담았으니까.

최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신승훈은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벼르고 있었다"고 했다.

 "애이불비의 정서는 '님에 대한 배려'죠. 그런 정서를 30년 동안 이어왔죠. 이번에도 '웃으면서 울 수 있다'가 표현됐는데,  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를 그렇게 인도한 무엇이 있는 거 같아요."

이번 앨범에 실린 8트랙은 "신승훈표 발라드 중 백미"로 꼽힌다.신승훈이 작곡한 더블 타이틀곡 중 한곡인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는 그의 발라드를 5분으로 압축한 서사시다.

또 다른 타이틀곡 '그러자 우리'는 8분의 6박자의 애절한 발라드다. '여전히 헤어짐은 처음처럼 아파서'와 닮은 듯 다른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역시 신승훈이 작곡했는데 국내를 대표하는 작사가들인 심현보와 양재선의 첫 합작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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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승훈. (사진 = 도로시컴퍼니 제공) 2020.04.07. realpaper7@newsis.com
이처럼 이번 앨범은 신승훈의 정수가 압축됐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계획됐던 것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오는 11,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던 '2020 더 신승훈 쇼 – 미소속에 비친 그대'가 연기되고 데뷔 30주년 기념 전국 투어도 일정이 변경됐다.

특히 세종문화회관은 1994년부터 신승훈이 '신세대 가수'로는 이례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올라왔던 무대였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데뷔 30주년 가수의 내공은 유연한 대처능력을 보여준다.

"팬들이 더 콘서트를 기다리시게 된 만큼 더욱 보상을 받게 해드려야죠. 본래 (신승훈의 데뷔곡인)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맨 마지막에 부르려고 했는데, 새로 콘서트를 계획하게 되면서 처음에 부를 예정이에요. 평소 하지 않던 연출 기법을 선보일 겁니다. 서울 공연은 9월께로 잡힐 거 같아요."

앨범에 실린 곡으로 미리 공개한 '이 또한 지나가리라'도 역시 신승훈답다는 평을 들었다. 코로나19로 지친 대중에게 위로 곡이 됐기 때문이다. 

신승훈은 1990년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와 함께 140만장이라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 가요 음반 역사상 최대 누적 판매량 1700만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신승훈은 30년간 가수 활동을 마라톤에 비유하면서 "지금은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심정"이라고 했다. "10주년, 20주년 때는 지나온 길과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30주년이 되니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물론 인생에는 되돌아가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마음에 '반환점'이 됐다는 생각이에요. 앞으로도 신인의 마음으로 계속 노래하고 싶거든요."

오랜기간 가요계를 지킨 만큼 '발라드 황제' '국민가수' 등의 별칭도 많다. 그런데 국민가수라는 타이틀은 일찌감치 내려놓았다고 했다.

"십몇년 전만 해도 '내가 좋아하고 와이프가 좋아하고 어머니가 좋아하고 처제가 좋아한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국민가수'라고 칭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다"고 했다. 가요계를 이끌어왔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다른 가수들 속에 같이 묻어왔다"며 중년 가수의 겸허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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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승훈. (사진 = 도로시컴퍼니 제공) 2020.04.07. realpaper7@newsis.com
신승훈은 LP, 카세트 테이프, CD, 스트리밍 등 다양한 음악 콘텐츠 플랫폼의 변화를 겪어왔다. 그 때마다 유연하게 생각해온 것도 신승훈이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다.

물론 '가요톱텐' 같은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황금 시간대에 편성, 시청률이 수십 퍼센트(%)에 달했던 좋은 기억은 가지고 있다. 앨범이 나오면 주변 레코드점에서 팬들이 줄을 서서 사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가요계가 음원 시장으로 바뀌면서 음악이 생활의 BGM처럼 될 것 같다"고 여겼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물론 좋은 점들도 있죠. 각 장르마다 전문적인 영역도 생긴 거 같고요. 팝송인지 모를 정도로 가요도 만듦새가 단단해졌고요. 30년 노래한 가수로서 한국 음악의 현실이 자랑스러워요. 유행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대중음악은 트렌디한 것이에요. 저도 그렇게 따라가는 거죠."

 이에 따라 앨범은 신승훈 음악을 대변하지만 새로움도 느낄 수 있다. '늦어도 11월에는'는 신승훈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재즈 넘버 곡으로, 피아노 하나와 목소리 만으로 곡 전체를 이끌어간다. 신승훈이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영감을 받아 즉석에서 30분 만에 만든 곡이다. '내가 나에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더불어 위로와 위안을 노래한다.

'럴러바이'는 이선영 엠넷 CP가 연출한 음악 예능 프로그램 '더 콜' 시즌2에서 신승훈이 래퍼 비와이와 협업해 화제가 된 곡이다. 힙합 발라드 장르에 신승훈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이번 앨범에는 기존 곡에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가미했다.

신승훈은 가수 루시를 프로듀싱하며 제작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후배를 아끼는 마음은 이어진다. 기존에 발표됐으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신승훈이 리메이크해서 다시 불렀다.

싱어송라이터 모리아가 2007년 발표한 '워킹 인 더 레인(Walking in the rain)', '유재하 가요제' 출신인 더필름이 2014년 발표한 '사랑, 어른이 되는 것'이 그것이다. "숨은 명곡 찾기에 나선 거죠. 선배로서 존중할 만한 후배들을 더 알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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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승훈. (사진 = 도로시컴퍼니 제공) 2020.04.07. realpaper7@newsis.com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도 좋지만, 이제 '비틀스'의 '렛잇비'처럼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따라 부르는 노래로 부르고 싶다는 신승훈은 "발라드에 특화돼 있던 제 목소리도 점점 담담해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2008년 발매된 모던록 풍의 앨범 '라디오 웨이브'에 실렸던 '나비효과'는 신승훈이 보컬을 내지르지 않아도 대중의 공감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이 전환점이 돼 신승훈의 목소리는 점점 담백해졌다. 자연스레 애이불비의 정서도 웅숭깊어졌다. "그런 음악이 더 호소력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뒤늦게 계속해서 철이 들고 있다"며 웃었다. 

코로나19 시대, 문화예술은 위로와 희망의 힘을 전하는 매개체다. 그 중에서도 음악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 

"음악은 '4분의 미학'이에요. 짧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이 다 들어 있죠.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 같은 곡을 들으면 어느새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짧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 있는 힘이 더 강하죠. 그런 노래의 힘을 계속 믿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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