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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범죄 규모 논란…"2600만명" 주장까지 등장

등록 2020.04.13 1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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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리셋, '강간문화 규탄 성명문' 발표

"발견된 디지털 성범죄 채널, 극히 일부일뿐"

"이 사회 구매자, 관전자, 2차 가해자 들끓어"

온라인 커뮤니티, "2조6억명 아니냐" 조롱 등

전문가 "성대결보다는, 과제 및 해결책 필요"

텔레그램 성범죄 규모 논란…"2600만명" 주장까지 등장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텔레그램 성착취물 범행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건 연루자'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모 자체보다는 범행과 관련된 본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3일 텔레그램 성착취 범행을 알려온 '프로젝트 리셋(Project ReSET·리셋)' 등에 따르면 이 단체는 '강간문화 규탄 성명문'을 통해 "우리가 척결해야 할 디지털 성범죄자의 수가 26만(명)이 아닌 2600만(명)이라고 확언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어 "약 2개월 전 닷페이스는 텔레그램 내 디지털 성범죄자가 26만명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단체방 인원들의 단순 합산 수치"라며 "이후 이 추산은 '경찰 추산 1만명이라는데, 26만명은 피해 망상적 숫자' 식의 와전을 거쳐 어긋난 주장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활동가와 단체가 찾아낼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채널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지난달 리셋에서 3일 만에 찾아낸 디스코드 내 성범죄 단체방의 수는 100여개를 훌쩍 넘고, 단순 추산 30만명이 넘은 상태"라며 "2019년에만 420억명이 방문한 유명 포르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도 'nth room'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어떻게든 '박사'와 자신을 구분하려는 구매자, 그 범죄자들과 자신을 구분하려는 관전자, 관전자와 자신을 구분하려는 2차 가해자들로 들끓는 곳이 이 사회"라며 "강간 문화와 이를 방조하는 사회가 차곡차곡 쌓여 디스코드 내 성착취 촬영물 단체방을 운영한 초등학생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셋의 이 같은 '2600만' 주장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를 비판하는 듯한 조롱식 발언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 네티즌은 "2020년 3월 기준 전국 남성 인구는 2585만8734명"이라고 올렸고, 다른 네티즌은 "2600만명이 아니라 2조6억명 아니냐"고 적었다.

이 외에도 "제2 한국전쟁은 북한vs남한이 아니라, 여성vs남성", "대한민국 국민 약 5000만명으로 놓고, 남녀 비율 반반이라고 하면 갓 태어난 남자아이도 전부 n번방 봤다는 소리냐" 식의 반응도 나왔다.

텔레그램 성착취 범행 규모를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이어지는 상황이다. 앞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n번방, 박사방 등 대화방의 참가자를 단순 합산한 결과 26만여명이 나온다고 추했고, 경찰은 박사방에만 1만명이 동시접속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분노가 성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며, 본질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배복주 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불법을 저질렀느냐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과 문화적으로 남성 중심 성문화가 주는 풍자적 요소가 혼재된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 식의 성대결 구도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함께 어떤 노력·실천을 기울일지 고민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메시지가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별을 떠나 함께 분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성원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또) 피해자들에게 2, 3차 가해할 행위들을 자제하는 자정운동과 범죄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온라인상에서 삽시간에, 언제 지워질지 모르는 형태와 영향력의 엄청난 범죄에 대한 본질을 봐야 한다"며 "성대결로 가게 되면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소장은 "이미 밝혀진 숫자만으로도 그만큼 많이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사실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범죄) 건 수 등에 대해선 현재 파악된 규모가 얼만큼 정확한지, 앞으로도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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