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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찐자가 여기 있네" 모욕일까? 경찰, 무혐의 판단

등록 2020.05.05 11:3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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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회적 평가 떨어트릴만한 경멸적 표현 아냐"

청주시청 여직원에 발언한 6급 팀장 불기소 송치

법조계 "모욕 기준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달라져야"

"확찐자가 여기 있네" 모욕일까? 경찰, 무혐의 판단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보다 하위직 직원에게 '확찐자'라는 말을 했다면 '모욕죄'에 해당할까.

확찐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살이 찐 사람을 비꼬는 신조어다. 경찰은 이 말에 경멸적 뜻이 담겼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5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청주시청 계약직 여직원 A씨는 지난 3월18일 오후 5시10분께 시장 비서실에서 타 부서 상급직원 B(6급)씨에게 모욕을 당했다며 고소장을 냈다.

A씨는 경찰에서 "평소 친분이 전혀 없는 B씨가 여러 직원 앞에서 '확찐자가 여기 있네'라는 말을 해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당초 시장 비서실 폐쇄회로(CC) TV에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공연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었다. 공연성은 불특정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는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다.

경찰은 고심 끝에 공연성을 제외하고서라도 '모욕성'에 대해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 '어떤 표현이 거칠고 무례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줬다고 해도, 그 내용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릴만한 것이 아니라면 모욕이라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참조됐다.

경찰 관계자는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또는 경멸적 표현이 들어가야 하는데, 해당 표현은 경위와 맥락을 살펴볼 때 모욕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결국 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결과가 나와 멍하다"며 "법은 공평한 줄 알았는데,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법조계에선 '모욕성'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도내 한 법조인은 "인터넷 신조어의 영향으로 모욕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일반적인 법 상식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며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모욕이란 감정에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욕죄는 사실관계 또는 발언의 의미와 횟수, 전체적인 맥락, 발언 전후의 정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최종 판단은 법원에서 하겠지만,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피해자의 외적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현을 했다면 모욕죄로 볼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부연했다.

유사 사례로 지난 2007년 수원지법은 직원들 앞에서 간병인에게 '뚱뚱하면서 남을 어찌 돌보느냐'는 비하 발언을 한 노인전문병원 행정실장에게 모욕죄를 적용, 벌금 3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형법 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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