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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준영·최종훈, 결국 감형…n번방도 이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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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13 15: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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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 등을 받는 가수 정준영(31)씨와 최종훈(30)씨가 지난 12일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의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씨와 최씨 모두 1심이 선고한 각 징역 6년, 징역 5년보다 형량이 낮아졌다. 심지어 최씨는 절반이나 형이 깎였는데, 성폭력특례법상 특수준강간 혐의의 일반적 법정 형량인 무기징역에서 징역 5년 사이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법정 최저형이었다.

감형 사유는 결국 반성과 합의였다. 정씨는 합의는 못했지만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고, 최씨는 합의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씨는 공소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진지한 반성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도 형이 대폭 줄었다. 정씨 역시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반성이나 합의, 둘 중 하나만 하면 엄벌을 피할 수 있다는 성범죄자들 사이의 믿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성범죄에 분노하며 사법기관의 단호한 태도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염원도 꺾이고 말았다.

이 사건은 혐의나 범행의 양상,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 등 여러모로 n번방 사건과 닮아 있다. 자신들의 처벌 가능성을 분명히 인지하고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기관을 비웃는 그 태도까지.

이들의 감형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박사방 조주빈(25)과 그 공범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일부 공범들은 정씨와 최씨 등 성범죄 선배들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반성문을 제출해 그 개수만 수십부에 달하는가 하면, 반성없는 반성문 제출로 재판부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감형을 노리는 수가 한 눈에 읽히지만 이들의 반성문 탑 쌓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공분 속에서도 반성문만으로 징역 1년을 감형받은 정씨의 사례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며...' 성범죄 재판 판결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으로, 법원의 기계적인 감형이라는 비판이 종종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성범죄 등 사건마다 적용해 온 양형 기준을 갑자기 무시할 수도 없기에 법원 측의 딜레마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성이나 합의를 한다고 이미 저지른 범행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부득이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면 과연 어느 정도나 하는 것이 맞는지 재논의가 필요하다.

법원이 망설이는 사이 성범죄자들은 더 진화했고 법망을 피해 더 깊숙이 숨어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n번방이다. 성범죄의 척결과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 법원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n번방 사건 판결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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